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계약 무효 가능성 관련 시나리오
금감위, 직권취소도 가능…대주주 자격 따져봐야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론스타 관련 1심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것은,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인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무효화돼 홍콩상하이은행의 인수도 무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론스타에 대한 금융당국의 산업자본 여부 심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판결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론스타 관련 재판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 등이 관련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과 ‘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 사건’ 등 2건이다. 이 가운데 판결 내용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무효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재판은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이다.
금융권의 한 인수·합병 전문가는 “헐값 매각 사건은 론스타가 피고인이 아니기 때문에 설사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론스타의 인수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근거가 안 된다”며 “에이치에스비시 쪽도 법률적으로 이런 점을 눈여겨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이대순 변호사는 “변양호씨 등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이는 론스타가 뇌물 공여 등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등에 개입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것”이라며 “이 경우 민법상 ‘반사회질서 행위’에 의한 계약으로 간주돼 무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된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판결을 통해 론스타가 금감위의 잘못된 행정 판단을 유도했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면 금감위는 승인을 직권취소할 수 있으며, 승인 취소는 계약 무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런 판결이 나오더라도 당시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한 코메르쯔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등이 계약 무효 소송에 나설지는 또 다른 문제다.
주가 조작 재판과 관련해서는, 유죄 판결이 나오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고 지분 조기 매각 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홍콩상하이은행과 매각을 합의했기 때문에, 론스타가 바라는 판결일 수 있다. 하지만 금감위가 이 판결만을 근거로 지분 조기 매각을 명령할지는 의문이다.
■금감위 직권취소 가능성은?=법원 판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금감위가 바로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3년 승인 당시 론스타는 금감위에 자신이 ‘비금융 주력자’(특수관계인 중 비금융회사 자본 총액이 전체 자본의 25% 이상인 경우 또는 비금융회사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경우)가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서 이 서류를 열람한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이 서류에는 론스타의 계열사 22개 법인 중 4개만 비금융회사로 분류돼 있고, 비금융회사 자본 총액이 전체 자본의 21.26%인 것으로 나와 있다. 심 의원은 “론스타가 금융회사로 분류한 지주회사, 펀드, 자산유동화회사 등의 투자 내역을 따져봐야 하는데 당시 금감위는 론스타 쪽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이제라도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 서류 내용 중 허위가 있다면 금감위가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만약 계약이 무효가 될 경우 원상회복이 가능할까? 원칙적으로는 원소유자에게 주식을 돌려주고 론스타는 투자 원금과 이자 정도만 받고 물러나야 한다. 이대순 변호사는 “매각은 허락하되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받아내는 절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계약 무효를 지렛대로 론스타와 매각 상대, 가격 등을 협상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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