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메세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IFA 2007’에서 한 관람객이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텔레비전 전시물 앞을 지나고 있다. 하이얼의 전시 제품들은 하단의 곡선처리, 와인잔 모양의 받침대, 블랙칼라 등이 삼성전자의 히트상품 보르도와 비슷해 현지 바이어들로부터 ‘짝퉁 보르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독일 ‘IFA 2007’서 모방 잇따라…‘짝퉁 보르도’ 출현
초고화질 경쟁 치열 ‘타임머신’ 등 부가 기능도 호응
초고화질 경쟁 치열 ‘타임머신’ 등 부가 기능도 호응
‘더 선명하게, 더 아름답게, 더 편리하게…’
독일 베를린 메세 컨벤션센터에서 8월31일(현지시각) 개막한 세계 최대 영상음향가전 전시회 ‘IFA 2007’에서는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치열한 ‘영상기술 전쟁’이 펼쳐졌다.
이번 전시회는 ‘실물에 가장 가까운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초고화질(풀HD) 제품이 올해는 전체 평판 티브이의 99%를 차지했다.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게임기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 기기들까지 초고화질 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초고화질은 높은 해상도(1920×1080픽셀/200만 화소)와 이중주사방식을 채용해 선명도를 기존 고화질(HD)의 2배, 일반 화질(SD급)의 6배로 끌어올린 기술이다.
빠른 영상을 세밀하게 구현하는 기술도 크게 개선됐다. 대부분 메이저업체들이 화면 주사율을 종전의 60Hz에서 120Hz(유럽에선 100Hz)로 높인 기술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1초당 정지영상(프레임)을 60장에서 120장으로 늘림으로써, 엘시디 티브이의 단점인 빠른 화면의 끌림 또는 잔상 현상을 크게 줄인 것이다. 샤프 전시장 관계자는 “아직 초고화질 콘텐츠가 활성화되기 이전이지만 향후 프리미엄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간 경쟁은 더 치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선형의 하이그로시 재질에 고급스런 피아노블랙의 색감…. 디자인 경쟁은 삼성전자의 히트작인 ‘보르도’가 주도했다. 보르도의 핵심 다지인 콘셉트를 거의 모든 경쟁 업체들이 채용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이 출품한 새 모델은 ‘짝퉁 보르도’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이경식 상무보는 “소니나 샤프도 은근슬쩍 우리 디자인을 따라와 당장에 기분은 좋지만 삼성만의 차별성은 그만큼 약화된 셈”이라며 “내년에는 디자인 측면에서 다시 한번 업턴할 수 있는 콘셉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질과 디자인 외에 ‘편리한 기능’을 강화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티브이를 캠코더·디지털카메라 등 다른 디지털 기기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HDMI) 단자가 일반화됐고, 위치도 뒷쪽이 아닌 옆쪽에 배치해 편리성을 높인 제품들이 크게 늘었다. 지나간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엘지전자), 리모콘 하나로 티브이와 연결된 기기들을 제어하는 기능(삼성전자· 소니·파나소닉)도 바이어들한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요 업체들의 ‘차세대 티브이’ 구상을 엿볼수 있는 제품도 눈에 띄었다. 필립스는 조악한 수준이긴 하나 3차원 엘시디 패널 기술을 이번 전시회에서 시연했고, 샤프는 두께가 2㎝에 불과한 초박막 패널 시제품을 선보였다. 엘지전자 김용은 상품기획팀장은 “평판 티브이 시장은 아직 메이저 업체간에 확고한 서열이 가려지지 않았다”며 “조금이라도 앞선 기술과 기능, 디자인으로 소비자 감성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앞으로 훨씬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베를린/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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