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오랜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무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영상음향가전 전시회(IFA)에서 윤종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들과 전시장 투어를 나섰다. 그동안 공식적인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는데, 이날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며 1시간 넘게 전시장을 둘러봤다. 그는 소니·엘지전자 등 7개 경쟁 업체 부스를 들러 직접 제품을 작동해보거나 제품 팜플릿을 챙기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엘지전자 전시장에서는 “우리가 만들지 않는 제품”이라며 카오디오를 꼼꼼히 살펴보고, 홈오디오 제품에 대해서는 “참 잘 만들었다”며 판매 대수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 현황 등 예민한 질문에는 입을 닫거나 즉답을 피했다.
이 전무는 이날 전시회를 둘러 본 뒤 2일 독일을 떠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향했다. 그는 “현장 경영 차원에서 두 곳의 현지 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초 전무로 승진해 국외 대형 파트너를 관리하는 글로벌고객총괄직을 맡고 있다. 업무상 공식적인 대외 활동이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서서히 본격적인 경영 채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전무 승진 직전 미국에서 열린 가전쇼에서 기자간담회에 깜짝 출현해 “개인적으로나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많이 도와 달라”면서 기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바 있다. 최근에는 삼성이 주최한 ‘4G 포럼’ 공식 세션에 참가해 참석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이 전무는) 아직 경영 수업을 받는 단계이며 국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나 국외 공장을 둘러보는 건 늘 해오던 일”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베를린/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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