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정원 행장
국민은 노조 “강 행장 연임 72% 반대”…비판 의식 ‘공격경영’ 선회
오는 10월 임기 만료와 함께 연임을 노리고 있는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이 “보수적인 경영으로 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내부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30일 강 행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한길리서치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민은행 직원 26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 행장 연임에 71.9%가 반대하고 22.2%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강 행장 재임 3년 동안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실패했다”며 “국민은행이 ‘대형화의 총아’에서 ‘겸업화·증권화의 낙오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행장 체제에서는 국민은행의 미래가 없다”며 “행장추천위원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고객 대표와 직원 대표를 참여시키고 강 행장은 스스로 용퇴하라”고 요구했다.
강 행장 재임 기간 동안 국민은행은 연체율이 낮아지는 등 건전성은 크게 개선됐으나, 자산 확대나 사업 다각화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했고 증권사 인수전에서도 다른 은행들보다 뒤늦게 뛰어들어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 행장이 최근 공격적인 경영 전략으로 선회할 뜻을 밝힌 것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기홍 수석부행장이 지난 29일 외국인 투자기업 초청 세미나에서 갑자기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김 수석부행장은 증권사 인수, 카드 분사,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인수·합병 등에 대해서도 검토 의사를 내비치며 장밋빛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HSBC라는 복병을 만난 외환은행 인수전이 강 행장 연임의 1차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는 여전히 국민은행의 성장에 중요한 포인트”라며 “증권사는 매물이 여러개 있지만 외환은행 같은 매물은 단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노은 노조 정책홍보실장은 “왜 진작 인수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느냐”며 “현재 상황에서는 인수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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