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 증감률
자동차 판매·고용 감소 등 미 실물경제 타격 현실화
국내 차 업체도 수출 ‘불똥’…“별 영향 없어” 반론도
국내 차 업체도 수출 ‘불똥’…“별 영향 없어” 반론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이 미국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급감하고 금융권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등 소비 부진과 고용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경제 침체는 세계경제 위축과 우리나라의 수출 하락으로 이어져 국내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미국의 소비 부진은 대표적인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부분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시엔엔머니>는 21일(현지시각) “모기지 충격의 다음 희생자가 자동차업계”라며 “가뜩이나 시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지난 7월 12.4%(전년 동월 대비)나 급감했다. 소매추이 분석 전문기관인 에드먼즈닷컴은 8월에도 1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수홍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택경기 하락으로 소비가 위축된데다 자동차 할부금융 대출이자까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해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사실상 1%대 증가에 그쳤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초까지 5~9%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2~4%대에 머물고 있다.
고용 쪽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올들어 첫 8개월간 미국 금융시장에서 없어진 일자리가 8만8천 자리로 지난해의 3만350여 자리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대형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이날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모기지 사업부문을 폐쇄하고 그곳에서 일하던 6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모기지 사업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사업을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증가수(전월 대비)는 3월 이후 10만명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달에 9만2천명으로 뚝 떨어졌다. 윤창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가 줄면 그동안 고용호조를 떠받쳐 온 서비스업 쪽에서도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3분기부터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여파가 본격화돼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내려가기 시작한 주택경기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압류주택 조사 회사인 리얼티트랙은 7월 중 압류된 주택이 17만9599채로 지난해 7월보다 93.4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에 견줘서도 9.08%가 늘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7월 이후 감소세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 5, 6월엔 미국 판매물량(현지 생산분 포함)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9%, 5.1%씩 증가했지만 지난 7월엔 7만201대를 팔아 4.7% 감소했다. 현대차의 해외영업 담당 한 간부는 “북미시장에서 우리 시장점유율과 판매단가가 올라가는 등 비교적 선방하고 있긴 하지만, 워낙 시장 전체가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가격할인 등 업체들끼리 경쟁도 치열해져 올해 미국시장에서 실적호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수출이 다변화돼 미국의 경기하강이 그리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우리의 수출 호조세는 미국뿐 아니라 아세안, 중동, 중남미 등 다양한 시장의 성장에 힘입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조금 위축된다 하더라도 수출 증가 추이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박순빈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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