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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순풍에 돛단 조선업 그래도 ‘유비무환’

등록 2007-08-07 18:55

 국내 조선산업 실적
국내 조선산업 실적
상반기 300억달러 돌파, 2011년까지 ‘일감’
수요 감소·중국 추격 등 암초에 대비해야
국내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에 300억달러를 넘는 수주실적을 달성하는 등 쾌속순항을 하고 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기능인력 부족과 자재난 등 ‘성장통’을 우려하고 있다. 또 앞으로 경쟁국의 추격이나 세계 조선시황의 악화 등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처방안을 미리 세워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쾌속순항의 뱃노래=7일 산업자원부와 조선업계의 통계를 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전 세계에서 364척, 332억달러(약 30조6400억원) 어치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8.2% 늘어난 수치이다. 수주잔량은 1346척(1216억 달러)으로 1년 만에 48.3%가 늘어, 앞으로 4년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다.

수주 물량 뿐만 아니라 질적인 내용도 건실하다. 최근 3년동안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4척, 척당 가격이 2억달러를 웃도는 엘엔지선의 올 상반기 발주분 13척을 국내 업계가 싹쓸이하는 등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주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상반기 수주 선박의 가격도 CGT(보정 총톤수)당 2933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8.4%가 올라 수익성이 더욱 좋아졌다.

수주가 밀려드는 가운데 각 조선업체들은 납기내 인도를 위해 육상건조공법, 엘엔지-RV선(재기화선) 개발 등 새 공법 개발과 설비 확장에도 힘써 실적 호조가 투자확대, 수주경쟁력 향상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구축되고 있다.

거센 파고도 밀려와=세계 조선시황의 호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중견 조선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증설도 활발하다. 선박용 블록(선체의 부분을 구성하는 철구조물)을 제작해오던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은 지난해 자체 선박건조시설까지 갖추며 일약 세계 20위권 업체로 성장했다. 경남 고성 조선특구에서만 20여개 업체가 기존 시설의 확장 또는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의 지나친 확대는 국내 조선산업이 경영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7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조선업계와 금융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산업 호황에 따른 향후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홍성인 연구위원은 발제에서,“향후 경기 순환과 수요 감소, 중국의 설비 가동 본격화에 따른 초과공급이 생길 경우 치열한 수주 경쟁, 선가 하락, 건조량 및 고용 급감, 선주의 선박 인수 지연 등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능인력의 수급 불균형은 업계의 당면 현안이다. 조선공업협회는 시장 호황으로 향후 3년간 매년 2000명 안팎의 기능인력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조선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설 경우에는 건조량이 줄어 고용 축소의 압력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인 연구위원은 1970년대 이후 일본과 유럽이 세계시장의 수요 감소로 건조능력이 60~78%, 고용이 70% 가까이 줄었던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홍 연구위원은 “경기 불황 때에는 경쟁력이 취약한 신규 조선소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신설 조선소들이 성공적으로 생존하려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선종 전문화를 위한 연구개발 능력과 설계기술 자립 등의 자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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