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융산업 경쟁력 평가와 강화 방안
한은, 쓴소리 “신규진입 풀어 과점체제 벗어나도록”
재경부, 반대 “추가규제 완화…자율적 혁신 기대”
재경부, 반대 “추가규제 완화…자율적 혁신 기대”
■ 무엇이 문제인가
은행-수익창출력 쇠락
저축은행-건전성 악화
증권-투자기능 등한시
보험-채권·대출 치중 최근 확산되고 있는 국내 은행 산업의 위기론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은행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은행 진입 장벽을 없애고 ‘소형 은행’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견해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대형화’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을 추진해 온 재정경제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은은 6일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은행권 과점 체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내재적인 역동성이 부족한 상태”라며 “자본시장 통합법(자통법)과 비슷한 ‘은행권 통합법’을 제정해, 은행 설립 자본금 규모를 하향 조정하고 상호저축은행 등이 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등 은행업의 진입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대형 은행들은 신규 진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막대한 초과 이익을 누리면서 시장 점유율 경쟁에 몰두하는 ‘지대 추구 행태’(규제를 통해 경쟁자를 줄여 자신의 몫을 늘리는 것)를 당연시하고 있다”며 “은행권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가야 할 시점이지만, 박리다매 형태의 영업만으로도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리스크가 큰 업무를 혁신적으로 도입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형 은행이 활성화돼 저위험·저수익 업무를 강화할 경우 대형 은행들은 수익 다각화 및 자발적인 외국 진출 확대를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형 은행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서민 밀착형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서민금융 서비스가 개선되고 대부업 팽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권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지원 아래 소수 대형 은행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양적 규모가 확대되고 수익성과 건전성 등의 지표도 좋아졌다. 하지만 외국 진출이나 선진 금융기법 개발 등 금융 혁신을 선도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순이자 마진이 축소되는 등 수익 창출 능력도 떨어지면서 ‘은행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재경부는 은행 위기론에는 동감을 표시하면서도 한은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 경쟁을 하려면 현재의 자본 규모로도 부족하다”며 “국내의 수익 기반을 토대로 외국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은의 주장처럼 은행업 진출 장벽을 제거하면 과잉 경쟁이 될 뿐”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내 은행들이 외국에 나갈 힘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이제 국내 은행들도 지금까지 행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주주들의 압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수익 다각화를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또 은행들이 파생상품 업무 등 고부가가치 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감독 규정과 관련 법률 손질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이 독과점 해소를 통한 타율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면, 재경부는 추가 규제 완화를 통한 자율적 혁신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증권업에 대해서도 “현재 진입 장벽이 높아 기존 대형사들도 위탁매매 수수료에만 의존하고 투자은행 업무는 외면하고 있다”며 “위탁매매만 하는 증권사는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해, 대형 투자은행과 다수의 브로커(주식매매 위탁기관)가 병존하는 형태로 증권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위탁매매만 하고 있어서는 자통법이 시행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은행-수익창출력 쇠락
저축은행-건전성 악화
증권-투자기능 등한시
보험-채권·대출 치중 최근 확산되고 있는 국내 은행 산업의 위기론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은행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은행 진입 장벽을 없애고 ‘소형 은행’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견해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대형화’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을 추진해 온 재정경제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은은 6일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은행권 과점 체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내재적인 역동성이 부족한 상태”라며 “자본시장 통합법(자통법)과 비슷한 ‘은행권 통합법’을 제정해, 은행 설립 자본금 규모를 하향 조정하고 상호저축은행 등이 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등 은행업의 진입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대형 은행들은 신규 진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막대한 초과 이익을 누리면서 시장 점유율 경쟁에 몰두하는 ‘지대 추구 행태’(규제를 통해 경쟁자를 줄여 자신의 몫을 늘리는 것)를 당연시하고 있다”며 “은행권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가야 할 시점이지만, 박리다매 형태의 영업만으로도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리스크가 큰 업무를 혁신적으로 도입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형 은행이 활성화돼 저위험·저수익 업무를 강화할 경우 대형 은행들은 수익 다각화 및 자발적인 외국 진출 확대를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형 은행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서민 밀착형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서민금융 서비스가 개선되고 대부업 팽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권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지원 아래 소수 대형 은행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양적 규모가 확대되고 수익성과 건전성 등의 지표도 좋아졌다. 하지만 외국 진출이나 선진 금융기법 개발 등 금융 혁신을 선도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순이자 마진이 축소되는 등 수익 창출 능력도 떨어지면서 ‘은행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재경부는 은행 위기론에는 동감을 표시하면서도 한은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 경쟁을 하려면 현재의 자본 규모로도 부족하다”며 “국내의 수익 기반을 토대로 외국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은의 주장처럼 은행업 진출 장벽을 제거하면 과잉 경쟁이 될 뿐”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내 은행들이 외국에 나갈 힘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이제 국내 은행들도 지금까지 행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주주들의 압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수익 다각화를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또 은행들이 파생상품 업무 등 고부가가치 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감독 규정과 관련 법률 손질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이 독과점 해소를 통한 타율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면, 재경부는 추가 규제 완화를 통한 자율적 혁신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증권업에 대해서도 “현재 진입 장벽이 높아 기존 대형사들도 위탁매매 수수료에만 의존하고 투자은행 업무는 외면하고 있다”며 “위탁매매만 하는 증권사는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해, 대형 투자은행과 다수의 브로커(주식매매 위탁기관)가 병존하는 형태로 증권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위탁매매만 하고 있어서는 자통법이 시행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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