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카’ 사업조정, 증시 사전유출 논란
공시 6일전 인터넷카페에 핵심내용 고스란히 올라
코스피 급락속 테크윈 주가 6.16%↑ …불공정거래 의혹
코스피 급락속 테크윈 주가 6.16%↑ …불공정거래 의혹
삼성테크윈의 중장기 사업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 공식 발표 훨씬 전에 인터넷 주식 사이트와 증권가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 유출 직후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도 크게 올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1일 주력 사업인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문을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으로 이전하고, 두 회사가 기술 개발 및 마케팅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사업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보다 엿새 전인 지난달 26일 한 인터넷 주식 정보 카페에는 “삼성전자의 디카(디지털카메라) 관련 사업부와 테크윈의 디카 사업부문을 물리적으로 (수원에) 모으는 내용의 발표 있을 전망. 시기는 미정”이란 내용의 글이 올랐다. ‘삼성테크윈 관련’(아이디 주목해)이란 제목의 이 글에는 “디자인실 공유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과 유통 채널을 공유한다는 내용도 포함. 전세계적으로 삼성전자 판매 조직이 150여개에 달하고 있어 삼성테크윈 디카 판매 및 시장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기술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 거의 그대로 들어 있다. 이 카페는 회원 수가 10만명 가량인 주식 정보 사이트다.
이 글이 유포된 날 삼성테크윈 주식 거래량은 194만주로 전날(87만주)보다 갑절 이상 급증했다. 주가도 5만3500원에서 5만4800원으로 2.42% 올랐다. 이날부터 공식 발표 직전일까지 4일(거래일 기준) 동안 주가는 6.1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54% 떨어졌다. 특히 이 기간에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연속 순매수로 133만주(700억원 가량)를 사들였다.
삼성테크윈 쪽은 “이 개편안은 지난달 31일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다음날 발표와 동시에 ‘주요 경영사항’으로 공시했다”며 “중요한 기밀 정보 사안인데 어떻게 유출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달 26~27일께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관련 정보가 구체적으로 나돌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특히 몇몇 연구원들의 실명까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어 ‘나중에 추적조사를 받으면 어떻게 하려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연구원은 “시장에서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출렁이는데 삼성 쪽에서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건 조금 수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공시총괄팀 윤권택 팀장은 “주가에 영향을 주는 풍문이 나돌면 해당 기업에 조회 공시를 요구하지만 삼성테크윈의 경우 사전에 스크린되지 않았다”며 “공시 전 사전 정보가 유출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다면 조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그룹과 삼성테크윈은 사전 정보 유출에 대해 “전혀 무관한 일”이라면서, “주가 변동 폭도 그리 크지 않은데 유출 정보와 주가 상승을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삼성테크윈 주가 및 거래량 추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