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
국책은행 개편안 발표
그동안 논란이 무성했던 국책은행 개편안이 6일 발표됐다. 핵심은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업무를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합쳐 대형 투자은행(인수합병, 기업공개 업무 등을 주로 하는 증권사)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투자은행을 민영화하지 않고 여전히 산은 산하의 자회사로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우증권과 산은의 투자은행 기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조직의 경직성, 안정성 추구 같은 공기업의 한계가 나타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산은 IB 업무 이관…자회사 유지키로
민영화 유보 “조직 경직” “선도 역할” 평가 엇갈려 ■ 개편안 주요내용= 재정경제부가 이날 발표한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보면, 산은은 3단계 과정을 거쳐 개편된다. 1단계로 공공투자본부를 신설해 수도권지역 단기 담보대출이나 우량 회사채 인수처럼 민간부분과 겹쳐 시장의 불만을 샀던 업무는 3~5년 시한을 정해 줄이거나 자회사로 넘긴다. 2단계에선 투자은행 업무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대우증권으로 이관된다. 정부는 “선진 투자은행의 수익구조와 비슷한 국내 금융투자회사(자통법으로 만들어지는 대형 증권사)의 모델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3단계는 대우증권을 매각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앞으로 동북아 지역의 개발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자회사 증권사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민영화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민영화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은 현재의 수출입 관련 대외정책금융 지원 구실을 그대로 수행하되 산은과 중복되는 부분은 역할조정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편안을 의결했으나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모호한 부분을 보충해 8월 중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 한계와 과제= 산은의 개편안은 시장과의 마찰을 없애겠다는 것과 선도적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두가지 목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투자은행을 여전히 산은 자회사로 남겨 두어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시중 증권사들은 ‘산은이 국책은행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회사채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새 투자은행이 산은 자회사로 남아 있으면 여전히 산은의 지원을 통해 정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시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우량 회사채 인수, 기업 구조조정 관련 인수합병 자문 등을 ‘정책금융 수행과 밀접한 업무’로 규정해 산은에 계속 남겨둔 것도 기존 업무를 최대한 계속하겠다는 산은의 산물로 보인다. 공기업적인 위치가 투자은행으로서의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으로 인수합병에 직접 뛰어드는 자기투자(PI) 같은 공격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위치 때문에 그런 모험적 사업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투자은행은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상업적인 논리로 움직여야 성장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은이 성과급 제도가 없어 산은의 초기 인수합병 업무 관계자들이 대부분 민간으로 이직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투자은행 업무를 한데 모아 별도 조직을 만듦으로써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박 연구원은 “정부 산하에 있음으로써 여러가지 보이지 않는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이런 부분이 사실상 성장 초기에 있는 투자은행으로서는 플러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선희 김진철 기자 shan@hani.co.kr
민영화 유보 “조직 경직” “선도 역할” 평가 엇갈려 ■ 개편안 주요내용= 재정경제부가 이날 발표한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보면, 산은은 3단계 과정을 거쳐 개편된다. 1단계로 공공투자본부를 신설해 수도권지역 단기 담보대출이나 우량 회사채 인수처럼 민간부분과 겹쳐 시장의 불만을 샀던 업무는 3~5년 시한을 정해 줄이거나 자회사로 넘긴다. 2단계에선 투자은행 업무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대우증권으로 이관된다. 정부는 “선진 투자은행의 수익구조와 비슷한 국내 금융투자회사(자통법으로 만들어지는 대형 증권사)의 모델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3단계는 대우증권을 매각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앞으로 동북아 지역의 개발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자회사 증권사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민영화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민영화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은 현재의 수출입 관련 대외정책금융 지원 구실을 그대로 수행하되 산은과 중복되는 부분은 역할조정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편안을 의결했으나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모호한 부분을 보충해 8월 중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 한계와 과제= 산은의 개편안은 시장과의 마찰을 없애겠다는 것과 선도적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두가지 목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투자은행을 여전히 산은 자회사로 남겨 두어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시중 증권사들은 ‘산은이 국책은행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회사채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새 투자은행이 산은 자회사로 남아 있으면 여전히 산은의 지원을 통해 정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시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우량 회사채 인수, 기업 구조조정 관련 인수합병 자문 등을 ‘정책금융 수행과 밀접한 업무’로 규정해 산은에 계속 남겨둔 것도 기존 업무를 최대한 계속하겠다는 산은의 산물로 보인다. 공기업적인 위치가 투자은행으로서의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으로 인수합병에 직접 뛰어드는 자기투자(PI) 같은 공격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위치 때문에 그런 모험적 사업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투자은행은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상업적인 논리로 움직여야 성장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은이 성과급 제도가 없어 산은의 초기 인수합병 업무 관계자들이 대부분 민간으로 이직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투자은행 업무를 한데 모아 별도 조직을 만듦으로써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박 연구원은 “정부 산하에 있음으로써 여러가지 보이지 않는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이런 부분이 사실상 성장 초기에 있는 투자은행으로서는 플러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선희 김진철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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