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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드라마 보다가 좋아진 한국 제품도 덩달아 달라 보이네

등록 2007-07-02 20:03수정 2007-07-02 20:20

방콕 최대의 쇼핑몰인 싸이암 파라곤백화점의 삼성전자 매장을 찾은 대학생 위트사니(오른쪽)가 친구와 함께 휴대전화를 구경하던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집어보이며 웃고 있다.
방콕 최대의 쇼핑몰인 싸이암 파라곤백화점의 삼성전자 매장을 찾은 대학생 위트사니(오른쪽)가 친구와 함께 휴대전화를 구경하던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집어보이며 웃고 있다.
한국 화장품 체인점 늘고 한국 음식점 매출 증가
휴대폰·온라인 게임 강세…자동차 시장 개척 해야
브랜드 한국에 새숨결을 ⑧ 태국의 한류, 경제로 이동

지난달 21일 태국 방콕의 최대 복합쇼핑몰인 싸이암 파라곤 백화점. 디브이디(DVD)·음반 체인점인 맹퐁 매장에는 특정 국가로는 유일하게 ‘코리언 시리즈’ 코너가 따로 마련돼있었다. 매장 매니저인 타나콘씨는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산이 가장 잘 팔린다. 최근에는 드라마 <궁>과 <마이 걸>이 히트했는데, <궁>의 주제곡은 지난해 휴대전화 벨소리 내려받기 1위였다”고 소개했다. 도서 매장에도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이 겉표지를 장식한 잡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태국에서는 이처럼 대중문화에서 꽃피고 있는 한류가 이제 한국의 패션, 음식 등 생활문화는 물론이고 한국 기업과 국가 이미지에 대한 호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파라곤 백화점에는 삼성전자 전용매장이 엘시디 티브이, 카메라, 휴대폰, 컴퓨터 등 다양한 제품들을 갖추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든다. 매장을 찾은 여대생 위트사니(20)는 “어제 엄마가 평소 갖고 싶었던 삼성 휴대전화를 선물해주셨는데 마음에 쏙 든다”면서 “한국산 전자제품을 더 구경하고 싶어 다시 들렀다”고 말했다. 판매 매니저 치바폴(41)은 “소니는 가전 액세서리·게임기·카메라, 도시바는 컴퓨터와 냉장고 등에 주력하는 반면, 삼성은 휴대전화, 티브이 등 이곳 소비자들의 주요 관심제품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 휴대전화는 태국 시장에서 판매량으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이어 3위, 매출액으로는 소니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노키아가 시장점유율 60%대로 부동의 1위지만 삼성 휴대전화도 최근 몇년 사이 급속하게 판매가 늘면서 점유율 9% 안팎에서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 텔레비전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제품이 시장점유율 38.1%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소니가 25.2%로 뒤를 이었다.

코트라 방콕무역관의 김경민 문화콘텐츠 조사담당은 “태국 시청자들이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드라마로 접하면서 한국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현지 오퍼상들이 ‘드라마 장면에 나오는 쥬얼리나 의류를 들여와 팔고 싶다’며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등 한국산 화장품 체인점들이 자리를 잡고, 드라마 <대장금> 방영 이후 한국음식점들의 매출이 20%나 늘어난 것도 한류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주거타운에 있는 또 다른 대형쇼핑몰 에스플라나 1층에는 지난달 초 20평 남짓한 ‘코리아 플라자’가 개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홍보관이다. 안내 데스크에는 영문과 태국어로 쓰인 한국여행 안내 팸플릿과 방명록이 놓여있다. 홍보 담당자는 “하루 평균 50여명의 방문객이 이름과 국적, 직업, 이메일 주소 등을 적어놓고 간다. 이들에게는 한국문화와 관련한 이벤트와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도 한류가 거세다. 상위 10대 게임 중 ‘오디션’ ‘스페셜 포스’ ‘팡야’ ‘열혈강호’ 등 1위부터 7위까지가 한국산이다. ‘오디션’은 지난해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만에 회원수 180만명을 돌파했고, 태국의 유명 게임잡지로부터 ‘2006 최고 인기게임’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아직 ‘코리아’ 브랜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도 있다. 자동차 시장이 바로 그렇다. 태국은 자국 고유모델이 하나도 없지만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자동차의 나라이다. 도요타·닛산·혼다·포드 등 17개의 완성차 조립업체와 2천여개의 부품업체들이 진출해 있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산업 집적도를 자랑한다. 2005년 자동차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섰고 2010년 수요는 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제조와 판매를 통틀어 현지법인이 단 하나도 없다. 승용차의 경우 일본차 점유율이 무려 90%에 이를만큼 일본 바람이 거세다곤 하지만 한국업체들에게도 도전과 기회의 시장인 셈이다.

주덕기 코르라 방콕무역관장은 “동남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인식 형성에는 우리 기업들이 차츰 기여할 테지만, 기업 뿐 아니라 한국관광객을 포함해 전 국민이 앞장서 코리아 브랜드를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켜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글·사진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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