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상생협력위원회(위원장 정몽구) 아래 전담 실무팀을 두고 전사 차원의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품질상황실에서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직원들. 현대차 제공
[상생경영의힘] 엘지 기술+광성 인력 ‘샤인폰’ 개발
KTF·케이비테크 스마트카드 국산화
일회적 협력 넘은 성과공유제 중요
KTF·케이비테크 스마트카드 국산화
일회적 협력 넘은 성과공유제 중요
엘지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지난해 초 ‘초콜릿폰’의 후속작 ‘메탈폰’ 개발에 착수했다. 업계 처음으로 플라스틱 대신 스테인리스를 외장 소재로 채용해 프리미엄폰의 계보를 잇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개발 계획은 곧 난관에 봉착했다. 새 디자인의 핵심인 외장용 스테인리스 가공 기술이 문제였다. 연구소의 이용희 책임연구원은 “시작하고 보니 스테인리스로 휴대전화를 만든다는 게 어리석게 느껴졌다. 플라스틱이라면 사출성형으로 디자인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금속인 스테인리스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고 회고했다. 개발업체로 선정된 ㈜광성은 금형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찍는 ‘프레스 포밍’ 공정을 선택했는데, 미세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외장용 품질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엘지전자와 광성은 도전을 선택했다. 연구소 직원 7명이 개발업체인 ㈜광성의 기술·생산 인력과 직접 결합한 것이다. 두 회사 직원들은 한편으론 디자인·설계 공정을, 다른 한편으로는 가공·생산 공정을 끊임없이 수정·보완하며 조금씩 정밀도를 높여갔다. 엘지 쪽은 필요한 설비와 부품 지원에 10억원을 투자했다. 마침내 공동개발에 나선 지 3개월, 정밀도 인증시험 10번째 만에 최종 정밀도 인증에 통과했다. 출시 1년여 만에 전세계에 250만대가 팔린 ‘샤인폰’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광성의 이정택 사장은 “매출이 는 것보다 직원들이 우리의 기술력에 자신감을 갖게된 게 더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카드 업체인 케이비테크놀로지는 대기업과의 오랜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잠재력이 큰 차세대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경우다. 이 회사는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WCDMA)가 임박한 지난해 케이티에프(KTF)와 함께 가입자 인증모듈(USIM) 카드 공동개발에 나섰다. 3세대 휴대전화 단말기에 이 스마트카드를 탑재하면, 글로벌 로밍, 교통·신용카드,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두 회사가 불과 몇 개월만에 차세대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은 오랜 협력관계가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두 회사는 1999년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모바일 서비스 제휴를 처음 맺은 뒤, 휴대전화를 이용한 교통카드와 전자 상거래 서비스(2004년), 모바일 뱅킹·증권 서비스(2005년) 등으로 꾸준히 협력관계를 넓혀왔다. 케이비테크놀로지의 송주병 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독자 기술이 결합해 국내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금은 3세대가 단말기가 100만대 수준이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유에스아엠 카드를 이용한 부가서비스 시장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카드는 그동안 국내 독자기술이 없어 다국적 기업이 독점해 온 제품이기 때문에 국산화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티에프는 이번 기술 개발로 700억원 안팎의 수입대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티에프 경영지원본부의 구매전략 담당자는 “대기업 편의에 따른 일회적인 기술협력과 개발지원은 자칫 협력업체의 수익개선에 별 도움도 주지 못하고 대기업 의존도만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합리적인 성과공유제를 확립해 파트너십을 더 굳건히 해야 지속가능하고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기술협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기술협력을 통한 신제품 개발 및 성과공유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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