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일본시장 벽을 뚫지 못하는 이유는
아사히신문 분석 눈길
지난해 전세계에서 373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혼다(355만대)와 닛산자동차(347만대)를 능가하는 실적을 자랑했던 현대차가 유독 일본의 거리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22일 <아사히신문>이 일본 시장에서 현대차가 고전하는 이유를 분석해 눈길을 끈다.
2001년 일본에서 판매를 개시한 현대차는 2004년 2524대 판매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1651대로 떨어졌다. 일본에서 널리 팔리는 외제차인 폴크스바겐의 한달 판매량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현대는 2005년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배용준을 기용한 광고까지 만들어 대대적 판매 공세를 펼쳤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현대차가 팔리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단(일반 승용차)편중 노선’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미니밴이나 경차의 인기가 높다. 반면, 지난해 새로 출시된 일반 승용차의 판매는 1997년보다 60%나 감소한 55만2천대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 현대가 일본에서 팔고 있는 6개 차종 가운데 절반은 세단이다.
또 현대차는 과거 일본차보다 20% 정도 쌌지만, 원화 가치 상승 등으로 이제는 그 격차가 몇%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박병윤 현대자동차 일본법인 사장은 “세계 유수 자동차의 판매점이 몇㎞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데다, (일본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운전한 경험이 없어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며 “세단 중심으로 판매한 전략도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광고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대차는 차고에 고급차와 현대차가 나란히 늘어선 장면을 보여주면서 “현대차를 알지 못하는 것은 일본뿐일지도 모른다”고 조금 잘난 체하는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해서는 일본에서 장사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현대차의 일본판매 전략을 방해하는 것은 약진하는 기업의 프라이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현대차는 올 가을 미니밴, 스포츠실용차 판매를 시작으로, 2~3년 안에 판매 차종을 다양화해 일본시장의 벽을 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일본시장 1만대 판매가 목표다. 현대는 이를 위해 베엠베 일본법인 영업기획 책임자를 지난해 8월 현지법인 부사장으로 기용해 영업망을 강화했다. 또 새차 등록일부터 10년 또는 주행거리 10만㎞에 이를 때까지 무상수리해주는 제도를 올해 도입했다. 이는 일본 최장기 보상제도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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