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기능과 단순함을 앞세운 디버전스 제품들. 레인콤의 엠피3 플레이어 ‘아이리버 S7’, 엘지전자의 ‘와인폰’(3040폰), 삼성전자의 엠피3 ‘옙 U3’. 각사 제공
단순기능 ‘디버전스’ 바람…‘스테디셀러’자리매김
쓰기 편하고 값싸고 오래가는 ‘1석3조’의 소비
쓰기 편하고 값싸고 오래가는 ‘1석3조’의 소비
“전자사전으로 음악 듣고 사진 찍는 게 과연 필요할까요? 다기능 제품보다 값 싸고 가볍고 고장도 적어 제겐 맞춤입니다.”(카시오 ‘엑스워드’ 사용기-필명 eril2-)
“저가폰이 아니라 심플폰입니다. 그동안 불필요한 기능에 가격만 높아 불만이었는데, 기본에 충실한 제대로 된 휴대전화가 나와 반갑네요.”(엘지전자 ‘와인폰’ 사용기-필명 김보미-)
최첨단 복합기능(컨버전스) 바람이 거센 디지털기기 시장에서 기본에 충실한 단일기능(다비전스) 제품들이 소리 없는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이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면서 저가 시장을 노린 중소업체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엘지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와인폰’은 전화를 걸고 받는 것과 무관한 기능을 대부분 제거했다. 엠피3, 모바일 뱅킹, 멀티태스킹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고 흔한 외장 메모리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화면과 버튼 크기를 2배 정도 키워, 보고 듣고 누르는 기본 기능을 강화했다. 품질은 더 향상됐지만 불필요한 부가 기능을 뺀 덕분에 30만원대 출시가 가능했다는 게 엘지전자의 설명이다. 엘지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황경주 상무는 “애초 특별한 판촉 계획이 없었으나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반응이 좋아 19일부터 중·장년층 타깃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엠피3 플레이어 업체들은 요즘 본래의 음악 재생 기능에 초점을 맞춘 10만원대 이하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레인콤은 동영상 기능과 엘시디(LCD) 창을 없앤 10만원대 이하 모델(아이리버 S7)이 인기를 끌자 최근 새 디자인의 후속 모델(T60)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이달 중순 막대기형의 10만원대 엠피3 새 모델(U3) 5종을 출시했다. 같은 콘셉의 전 모델(U2) 2종이 1년 만에 100만대 넘게 팔리자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다. 코원은 20만원대 기존 모델(D2)에서 부가기능을 뺀 10만원대 후속 제품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영역 다툼이 치열했던 피엠피(PMP), 디엠비(DMB), 네비게이션, 전자사전 업체들도 본연의 기능을 강화한 제품군을 강화하는 추세다. 과거 여러 기능을 담느라 50만원대를 웃돌던 제품 가격이 20~30만원대로 떨어지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첨단 복합기능 제품이 ‘대박’을 노린다면, 단순기능 제품들은 ‘스테디 셀러’에 해당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마케팅 담당 임원은 “단순기능 제품은 프리미엄급 제품처럼 마진이 크지 않아 마케팅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원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제품에 대한 ‘기술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디버전스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고 있다”며 “다기능이든 단순 기능이든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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