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급증 증권사에 자율규제 요청
개인에게 돈을 빌려줘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신용거래가 최근 폭발적으로 급증하자 금융감독원이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신용융자 규모가 지나친 증권사에는 금감원이 직접 위험 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한겨레> 6월19일치 1·3면)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19일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한 달 반 만에 3조5천억원이나 급증하는 등 신용거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증권업협회 쪽에 자율규제를 요청했으며, 신용융자 규모가 자기자본을 초과한 증권사는 직접 위험관리 방안을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 부원장은 “특히 (신용거래의 경우) 증권사 직원들의 성과급과 연결돼 있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약한 점에 비춰, 이른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적 성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협회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신용융자 규모가 과도한 증권사에 앞으로 고객별 신용거래 한도 관리 및 고객별 증거금비율·담보유지비율 차별 적용 등 위험관리를 엄격하게 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증권업협회는 또 증권회사의 신용거래 리스크 관리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할 티에프팀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19일 현재 신용융자 규모가 5천억원에 이른 증권사는 모두 5곳이며, 자기자본 대비 30% 이상을 신용거래 중인 증권사는 12곳이라고 밝혔다. 특히 키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은 신용융자가 자기자본의 100%를 넘었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급등 장세와 관련해 “신용불량자 대책 때 충분한 조사가 안 돼 있어서 답답했고, 중소기업 대책을 세울 때도 기존 통계로는 바른 정책을 세울 수 없어서 전수조사를 했다”며 “개인이 어디서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인지 체계적인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개인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으로, 노 대통령은 관련 부서에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금감원 전홍렬 부원장은 “증권사 신규 진입 제한이 증권사 대형화와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3년 이후 증권사 신규 설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증권사나 특화된 업무를 하려는 증권사는 제한적으로 허용해주고 부채비율 제한 등 증권사간 합병이나 영업 양수도의 걸림돌이 되는 제도도 완화해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