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제조업체 투자 유형별 비중
‘경영권 방어’에 씀씀이 집중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계열사 지분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엘지경제연구원은 493개 상장기업(12월 결산 비금융업)의 투자 흐름(2001년~2006년)을 조사했더니, 2004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유가증권투자 증가율(전년 대비)이 2005년에는 28.9%, 지난해에는 34.8%로 크게 높아졌다고 6일 밝혔다. 유가증권투자는 채권이나 다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한 경우다. 유가증권투자가 총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2%(2004년)→18.2%(2005년)→21.6%(2006년)로 커졌다.
반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는 2004년을 정점으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 전통적인 의미의 설비투자인 유형자산(생산용 설비·토지의 취득) 증가율은 2004년(21.3%)을 정점으로 2005년에는 12.6%, 지난해에는 8.2%로 낮아졌다. 2004년 25.3%에 이르던 연구개발비 증가율도 2005년 10.9%, 지난해에는 6.4%로 낮아졌다.
특히 기업의 유가증권투자 내역을 보면 전체의 76%가 계열사에 대한 투자로 나타났다. 투자액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거나 지분을 늘리는 데 집중됐다는 얘기다. 이한득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4년 이후에는 기업들이 수익 위주 경영을 펼치면서 사업 확장이나 신규 투자 목적의 계열사 투자가 거의 없었다”며 “경영권 방어와 지배권 강화 목적의 계열사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 논란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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