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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례위 설치 ‘검역 약화’ 압박 우려

등록 2007-05-25 19:12수정 2007-05-25 23:08

[한-미FTA 협정문 공개] ⑨ 위생 검역
‘위생 및 식물위생 조처’(SPS·위생 검역) 분야에서도 상당한 허점이 발견된다. 특히 위생검역 분야에 대한 협의 진행을 위해 설치하기로 한 정례위원회가 우리나라의 ‘검역 주권’을 무력화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위원회 결정에 따라 국내 쇠고기 시장이 완전히 무장해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생검역을 담은 협정문 8장을 보면, 정례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애초 한국 쪽은 압력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위원회 설치 안에 반대하고, 접촉 창구(contact point)를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위원회를 밀어붙였고, 주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문제는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 규정이 불확실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해야 할 ‘검역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적용 범위’가 “양국간 무역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위생 및 식물위생 조처”로 돼 있다. 이 가운데 ‘간접적 영향’의 범위는 해석의 여지가 넓어 포괄적이고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또 위원회 설치 목적인 “현재 또는 미래 관계의 증진을 추구한다”는 내용도 추상적이어서 압력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쇠고기 수입 압박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해지게 됐다. 현재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로 돼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위원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미국 쪽이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확정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결정은 권고사항에 불과하지만, 위원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결정하면 이는 의무사항이 된다.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은 “위생검역 관련 상설위원회 설치에 합의한 것은 미국 쪽에 위생검역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통상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준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식품 안전을 위한 정부의 모든 조처가 무력화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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