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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휘청거리는 안방 ‘뼈대’

등록 2007-05-22 20:36

중국산 철강재 수입 추이
중국산 철강재 수입 추이
밀려드는 중국산 값싼 철강재
5년만에 10배…절반이상 점유
품질검증없어 부실시공 우려도
책임놓고 산자-건교 ‘티격태격’

한국 시장이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철강재 수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특히 최근 4~5년새 중국산 값싼 철강재의 융단폭격이 시작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중국산 불량자재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중국산 철강재는 지난 해에만 1033만t이 수입돼 불과 5년 전(2001년 104만t)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산 철강재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올해도 4월말 현재 479만t이 들어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1%나 늘었고, 시장점유율도 53.2%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건축물에 많이 쓰이는 철근은 88.2%(43만5000t), H형강의 경우 89.7%(36만2300t)가 중국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일부 중국산 철강재들이 밀어내기 출혈판매 등으로 국내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건축물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철강 생산·유통업체 600곳에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 중국산 철강재의 가격경쟁력은 115.8인 반면, 품질경쟁력은 86.4에 불과하다.

건설현장에서도 중국산 철강재의 범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명선 건설산업노조연맹 정책부장은 “최근 몇년새 산업안전공단의 검인증 표시인 ‘안’자 마크가 없는 수입 철강재의 유통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품질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저가 자재가 너무 많이 사용돼 부실시공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철강재 수입관세를 완전폐지했다. 또 수입제품의 규격과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해 대부분 없앴다. 그러나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에서는 아직도 품질인증제, 수입허가제, 사전등록제, 수입모니터링제도 등 다양한 통관절차와 감시장치를 두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모든 철강재에 대한 수입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비회원국은 수입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해, 규정된 양식의 서류를 내야 하고 수출물량과 가격정도도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게다가 독일·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등은 따로 기술검사협회의 인증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또한 일부 품목의 경우 선상 품질검사에 합격해야 통관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품질 검증은 커녕 외국의 비관세장벽 현황과 국내 불량 철강재의 유통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수입 사전신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품질관리와는 거리가 멀다. 산업규격인 케이에스(KS)제도가 있긴 하지만 인증을 취득한 국내업체에 대한 사후관리만 할 뿐, 수입 또는 유통되고 있는 국내외 비인증제품들은 사각지대다. 한 건설회사 간부는 “영세한 시공업체와 유통업체들은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대부분 중국산 철강재를 쓰고 있는데, 자재와 시공의 정부 관할 부처가 각각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로 구분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낸 연구보고서에서, 중국산 저급 철강재의 유입에 대응하려면 △국내 생산제품의 고급·고부가가치화 △표준규격 및 인증제 △반덤핑 및 상계조처 △대중국 특별세이프가드 조기해제 재검토 △수입철강재의 국내산 위장 판매 단속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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