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삼성그룹은 권오승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일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생명보험회사 상장 규정이 확정돼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삼성생명 상장은 급한 일이 아니다”며 비켜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카드 상장을 분기점으로 삼성이 총수 일가와 계열사 지분에 대한 대대적인 ‘교통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모범 보이라”
공정위원장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 결단 재촉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꾸는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재벌 그룹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다. 그는 “삼성이 여러 가지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기업인데,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줬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해 11월에도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을 향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한 대학 특강에서 “총수 일가가 갖고 있는 지분은 5%밖에 안 되는데, 계열사 지분 44%로 40~50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며 “이런 소유구조 탓에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재벌 계열사가 되거나 협력사가 되는 방법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 경제의 약점”이라며, 삼성과 현대차의 소유·지배구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시에 “이런 시대적 요구에 재벌들이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몇가닥으로 정리돼 지주회사 체제로 가줬으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삼성은 현대차와 함께 ‘환상형 순환출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에스케이와 금호아시아나 등 주요 대기업 집단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두 그룹은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이다. 이런 때에 재벌정책의 수장이 다시 한번 삼성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해주면서까지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 한도를 높이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을 대폭 완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요건을 더 완화해달라는 재계 일부의 요구에 대해 “지주회사는 아직 우리에게 정착된 제도가 아니어서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신뢰가 형성되면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경영권 위협 들며 “계획 없음”
삼성 금융·제조 분리설 속 카드 상장 분기점 될듯 삼성그룹은 권오승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일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생명보험회사 상장 규정이 확정돼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삼성생명 상장은 급한 일이 아니다”며 비켜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카드 상장을 분기점으로 삼성이 총수 일가와 계열사 지분에 대한 대대적인 ‘교통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순환출자는 ‘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다. 증권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각각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매각 차익으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그룹’과 삼성전자 중심의 ‘제조그룹’으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 일가는 생명과 카드의 상장 차익 등을 통해 두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수순이다. 삼성은 만약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경영권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되고 수조원대의 돈이 든다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나 금융감독위원회는 계열사간 지분 교차매각 등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삼성 처지에서도 마냥 미루기만 할 문제가 아니다. 삼성생명을 상장하려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할 뿐 아니라,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중 5% 초과분(20.64%)을 5년 안에 해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적으로는 단계적인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이미 짜두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그룹 전략기획실 쪽은 “계열사 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나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배구조는 시장이 평가하고 기업이 선택할 문제라는 게 삼성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금·산 분리원칙 재검토’ 발언도 우호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씨한테 상속을 하고 그룹 경영 전반을 맡기는 절차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공정위원장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 결단 재촉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꾸는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재벌 그룹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다. 그는 “삼성이 여러 가지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기업인데,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줬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해 11월에도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을 향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한 대학 특강에서 “총수 일가가 갖고 있는 지분은 5%밖에 안 되는데, 계열사 지분 44%로 40~50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며 “이런 소유구조 탓에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재벌 계열사가 되거나 협력사가 되는 방법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 경제의 약점”이라며, 삼성과 현대차의 소유·지배구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시에 “이런 시대적 요구에 재벌들이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몇가닥으로 정리돼 지주회사 체제로 가줬으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삼성은 현대차와 함께 ‘환상형 순환출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에스케이와 금호아시아나 등 주요 대기업 집단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두 그룹은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이다. 이런 때에 재벌정책의 수장이 다시 한번 삼성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해주면서까지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 한도를 높이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을 대폭 완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요건을 더 완화해달라는 재계 일부의 요구에 대해 “지주회사는 아직 우리에게 정착된 제도가 아니어서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신뢰가 형성되면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경영권 위협 들며 “계획 없음”
삼성 금융·제조 분리설 속 카드 상장 분기점 될듯 삼성그룹은 권오승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일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생명보험회사 상장 규정이 확정돼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삼성생명 상장은 급한 일이 아니다”며 비켜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카드 상장을 분기점으로 삼성이 총수 일가와 계열사 지분에 대한 대대적인 ‘교통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순환출자는 ‘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다. 증권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각각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매각 차익으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그룹’과 삼성전자 중심의 ‘제조그룹’으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 일가는 생명과 카드의 상장 차익 등을 통해 두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수순이다. 삼성은 만약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경영권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되고 수조원대의 돈이 든다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나 금융감독위원회는 계열사간 지분 교차매각 등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삼성 처지에서도 마냥 미루기만 할 문제가 아니다. 삼성생명을 상장하려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할 뿐 아니라,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중 5% 초과분(20.64%)을 5년 안에 해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적으로는 단계적인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이미 짜두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그룹 전략기획실 쪽은 “계열사 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나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배구조는 시장이 평가하고 기업이 선택할 문제라는 게 삼성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금·산 분리원칙 재검토’ 발언도 우호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씨한테 상속을 하고 그룹 경영 전반을 맡기는 절차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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