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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디스플레이 동맹’ 출발부터 삐걱

등록 2007-05-16 23:19

엘지 “패널 표준화 필요”에 삼성 “차별화도 중요”
삼성-엘지의 ‘디스플레이 동맹’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초대 회장에 선임된 이상완 삼성전자 엘시디총괄 사장은 16일 충남 아산 탕정사업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업계 핵심 현안인 ‘패널 표준화’ 과제에 대해 “표준화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국제 경쟁 환경에서는 차별화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간담회에서 ‘삼성과 엘지 두 회사의 패널 표준화와 상호 구매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패널 규격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두 회사는 나름의 영업 전략을 갖고 있다. 삼성과 엘지가 똑같은 규격의 제품을 만드는 것과, 국제 시장에서 (표준화된 제품이) 수요를 창출하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이렇게 밝혔다.

삼성·엘지 등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와 장비·부품업체들은 지난 14일 특허 교류, 상호 구매, 패널 표준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 ‘8대 상생협력 과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바로 협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창립총회 때 “(표준화는) 시장이 판달할 문제”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간담회에서 부정적 견해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지 이틀 만에 핵심적인 합의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권영수 엘지필립스엘시디 사장은 “8세대에서도 표준화가 안 되면 협력의 깊이가 낮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과의 표준 통일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50인치용 패널 생산라인(8세대)을 구축한 반면, 엘지전자는 투자를 미루고 있다.

패널 표준화는 업계의 숙원 과제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패널 크기(삼성 40·46인치, 엘지 42·47인치)가 서로 달라, 장비·부품업체의 중복 투자와 수직 계열화를 부르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상황에 따라 상대 쪽 패널을 구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표준화는 필수다. 고석태 전 디스플레이장비재료협회 회장은 “삼성과 엘지 두 회사의 규격을 맞추면 장비·재료업체들이 이중으로 개발비용을 들이고 생산라인을 지어야 한다”며 “규모가 영세해 가뜩이나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판에 이중 비용을 들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 250여개 장비·부품사 가운데 삼성-엘지에 동시 납품하는 업체는 20여곳에 불과하다.

이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특허권이 걸려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협력업체에) 장비나 설비를 어디에는 팔지 말라는 식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며 “이젠 장비·부품업체들도 한 공급처만 바라보며 영업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산/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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