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출자구조
순환출자고리 균열…상장 서두르지 않을듯
삼성생명이 상장하려면 삼성그룹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삼성차 부채 문제는 해결의 가닥을 찾겠지만, 그룹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는 ‘독배’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과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삼성생명의 장외가격(70만원 안팎)을 감안할 때,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 요건(금융 계열사 지분이 총자산의 50% 이상)에 걸리게 된다.
문제는 금융지주회사는 모회사뿐 아니라 자회사도 비금융 계열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이 최다 출자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7.26%) 일부를 처분해야 하고, 결국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순환출자 구조가 깨지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삼성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때까지 상장을 늦추거나, 상장을 하려면 지배구조를 유지할 묘안을 찾아야 한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율을 50% 밑으로 떨어뜨려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해소하는 것이다. 에버랜드 자산을 늘리거나 삼성생명 보유 주식을 일부 처분하는 방법인데, 삼성생명의 주가가 워낙 높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비중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비자발적으로 금융 자회사를 둔 경우 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인데,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다 여론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삼성그룹 한 임원은 이날 상장안 승인과 관련해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요건 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이 지배구조와 후계구도 문제를 해결할 묘책이 없는 한 상장을 급히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