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조각 검출로 수입이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4.5t이 23일 오전 대항항공 화물기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검역을 받기 위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검역당국은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만’이라는 위생조건에 맞는지 가리는 엑스레이검사 등을 한 뒤, 뼛조각이 발견되면 해당 상자만 반송할 예정이다. 인천공항/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소 살코기·피도 광우병 오염 가능성’…국민 신뢰 저버린 정부
‘치열로 나이판정 불가’ 일본선 수입기준 엄격
미국엔 관대-EU 등엔 깐깐 ‘검역 이중잣대’도
‘치열로 나이판정 불가’ 일본선 수입기준 엄격
미국엔 관대-EU 등엔 깐깐 ‘검역 이중잣대’도
광우병 가능성이 있는 미국 쇠고기에 대해, 정부가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은 협상 개시 전부터 이 문제를 이른바 ‘4대 선결 조건’의 하나로 지목하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협상 의제가 아닌데도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는 전방위 압박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을 다시 열려고 했다. 협상 타결에 급급한 정부는 국제기구에는 “미국 쇠고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면서도, 국민들에게는 “안전하다”고 알렸다.
“살코기도 광우병 가능”=정부는 지난해 1월 “소의 살코기에는 광우병 원인체가 오염될 수 없다”며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의 수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23일 공개한 농림부·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제73차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결과 보고’를 보면, 정부는 “살코기와 혈액제품에 광우병 원인체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5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에서, 정부 대표단은 일본·대만 대표한테도 이런 주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살코기의 광우병 위험 가능성을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농림부 가축방역과 관계자는 “살코기와 혈액에서 광우병 원인체가 발견됐다는 과거 일부 연구 결과가 있지만, 수역사무국은 괜찮다고 하고 있다”며 “2005년 총회 때는 ‘일부 전문기관이 그렇게 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나이와 광우병 관계 없다”=광우병 소의 나이 판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견해를 보면, 우리 정부의 과학적 검증이 얼마나 미비했는지 확인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국제수역사무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소의 나이를 구별해 광우병 위험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30개월 미만’이라는 수역사무국의 수입허용 기준 규정을 삭제하자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반박했다. 그 결과 ‘20개월 미만’이라는 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소의 나이 판별 기준으로 적합하지도 않은 이빨 감식만으로, 그것도 수역사무국 기준의 최대치인 ‘30개월 미만의 소’까지 수입 대상으로 받아들였다.
“미국은 되고, 유럽연합(EU)·아르헨티나는 안돼”=광우병 검역이 미국에만 관대하게 적용되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오는 5월 말 수역사무국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확정되면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 대상이 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지난 12일 “수역사무국이 결정이 내려지면 미국 쇠고기 수입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수역사무국 기준을 ‘사실상 의무 사항’으로 인정했을 때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같은 기준을 유럽연합·아르헨티나 등에는 다르게 적용해왔다. 강기갑 의원이 공개한 농림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 협상 관련 회의록 및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4차 정례회의’에서 정부는 유럽연합과 아르헨티나의 수역사무국 기준에 따른 쇠고기 수입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과 동등한 대우(세계무역기구 회원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요구하는 유럽연합 쪽에, 정부는 “유럽 광우병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수입 허용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대응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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