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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넉달째 자금난 영업 ‘사면초가’

등록 2007-04-16 20:52

팬택계열 워크아웃 추진 경과
팬택계열 워크아웃 추진 경과
손실책임 논란 계속…공급차질·점유율 급락
워크아웃 무산땐 채권기관쪽 손실도 커져
팬택 워크아웃 개시여부 여전히 안갯속

팬택계열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채무조정안에 대해 총 채권액(1조1633억원) 기준 97%의 동의를 받았지만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는 19일 3차 마감 시한을 앞둔 팬택 쪽은 “개시 결정이 더 미뤄지면 아예 도와줄 기회가 없어질지 모른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채권액 3%’가 걸림돌=문제는 팬택의 비협약채권(6069억원) 가운데 우리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 고객들이 투자한 기업어음(988억원)이다. 투자자가 책임져야 할 실적상품의 손실을 금융기관이 떠맡을 경우 신탁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금융기관들은 우선 워크아웃을 개시하고 이 문제는 추후 논의하거나, 최소한 금융당국의 ‘언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나종선 심사역은 “법적으론 개인투자자의 100% 동의를 얻거나 은행이 대신 갚아주는 방법밖에 없다”며 “나중에 배임이나 규정 위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액 100% 동의’ 규정과 형평성 문제를 들어 해당 금융기관의 자체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권기관간 자율 협약에 간여하는 모양새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영업기반 급속 악화=손실 책임을 둘러싼 핑퐁 게임이 넉달여 지속되면서 팬택의 영업력은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팬택은 지난 1월 휴대전화 단말기 18만대를 팔아 내수 시장 점유율이 13%에 이르렀다. 그러나 2월에는 16만대(점유율 12%)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점유율이 8%대(14만대)로 급락했다. 이런 점유율 하락은 제품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공급 차질 때문이라고 팬택 쪽은 하소연한다. 자금줄이 끊기다 보니 이통 사업자들은 공급 차질을 우려해 발주를 꺼리고, 부품업자들은 대금 결제를 우려해 납품을 꺼리는 악순환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팬택의 한 임원은 “신규 자금지원이 없이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만으로 영업 자금을 충당하는 게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라며 “수출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회생 기회가 아예 사라질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윈-윈 해법 찾을 것”=워크아웃이 무산되면 팬택은 채권상환 유예가 끝나고 법정관리나 화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채권의 70~80%는 회수가 불가능해 채권기관의 손실은 더 커진다. 채권액이 많은 새마을금고 등이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워크아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우리은행 쪽도 “기업가치와 영업기반 훼손을 걱정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답답해 한다. 채권단협의회에 참석하는 한 시중은행 담당자는 “에스케이글로벌, 엘지카드 등의 전례를 볼 때 ‘계속기업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조속히 회생 절차를 밟는 게 채권 회수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며 “적절한 단서나 선결 조처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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