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석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관해 공무원들에게 홍보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위축되지 말고 당당히 할 일을 하라.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의사를 성명 방식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아마 이날치 <한겨레> 보도(1·5면, ‘정부 FTA 여론몰이’)에 대한 반박인 듯하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기사를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의도적인 오독’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다.
<한겨레> 기사는 공무원들이 홍보에 적극 나서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지지하는 단체나 전문가들에게 (언론에) ‘릴레이 기고’ 나 ‘릴레이 성명’을 내도록 요청하는 것도 당연히 할 수 있는 홍보전략이다. 문제는 선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산하기관까지 동원하는 것은 그런대로 용인해줄 만하다. 그러나 민간 업종단체, 상장기업, 기업인들에게까지 ‘에프티에이 지지대회’나 ‘찬성 서명운동’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이는 ‘시장자율’을 중시하는 자유무역협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정부는 민간단체 등의 참여를 ‘유도’한다고 표현했지만, 단체나 기업들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사실상 지시일 수밖에 없다. 더구가 정부가 ‘찍은’ 일부 업종단체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혜택이 거의 없거나 협상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민간단체들은 “협정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자유무역협정 홍보 전선에 나서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강압으로 지지여론의 확산을 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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