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된 2일 오후 경찰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을 막고 서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통상협정 별도 검증 절차없어 ‘허술’
전문가 참여 객관적 기구 구성 시급
“최종협정문 이전이라도 가안 공개를”
전문가 참여 객관적 기구 구성 시급
“최종협정문 이전이라도 가안 공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정부간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와 국민의 손으로 넘어갔다. 통상협상의 또다른 한 축인 대내협상은 이제 시작이다. 대내협상의 당사자인 국회와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협정 내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토대로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통해 검증절차를 촘촘하게 만들어놓은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검증절차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꼼꼼한 검증절차 거치는 미국=미국은 두 가지 평가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일단 협상이 타결되면 미 무역대표부(USTR) 산하 민간자문위가 타결 30일 안에 보고서를 작성해 무역대표부와 의회에 제출한다. 1994년 무역법 이후 제도화된 이 민간자문위는 30여개 분과, 70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방대한 조직이다. 이 자문위에는 노동, 산업, 농업, 중소기업, 서비스업, 소비자 등 부문별 대표와 정부·의회 관계자, 전문가 등이 모두 들어가 있어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와 다양한 시각을 대변한다. 무역대표부는 협상 타결과 동시에 타결 내용을 이 자문위에 전달해야 한다.
또 하나의 보고서는 미 무역위원회(ITC) 보고서다. 무역위원회는 협정문이 체결(서명)된 지 90일 안에 영향평가 보고서를 만들어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의회는 이런 보고서들과 공청회 등을 통한 자체검증 결과 등을 종합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은 아무런 법적 제도 없어=이에 반해 한국은 통상협정에 대한 검증절차가 별도로 없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심의·의결→본회의 심의·의결이라는 일반적인 조약 심의 과정만 있을 뿐이다. 현재 국회 통외통위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제출한 3개의 통상절차법이 계류돼 있지만 아직 제대로 심의도 못하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통외통위가 산하에 부랴부랴 농업, 자동차 등 5개 분과 소위를 꾸려 전문가 의견 등을 청취할 계획이지만 ‘간담회’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해 만들어진 국회 한미에프티에이 특위는 지금까지의 활동에서 볼 수 있듯 국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책연구원 등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에는 미흡하다.
미국은 협정문 한달 안에 공개=미국은 협정문 원문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도 이른 시일 안에 이루어진다. 현재 양국 정부는 최종협정문이 아닌 협정문 가안을 가지고 있다. 법적인 검토와 문안 확정 작업을 거친 최종협정문은 두세 달 뒤에나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협정문 가안을 대체로 타결 이후 3~4주 안에 무역대표부 홈페이지(www.ustr.gov)에 공개한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에프티에이 협상을 했을 당시, 미국은 2004년 2월8일 협상을 타결한 뒤 한달이 채 안 된 3월3일 협정문 가안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지난해 12월19일 협상이 타결된 파나마와의 에프티에이 협정문 가안도 지난 1월19일 이후 홈페이지에 올라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단 협정문 가안들에는 ‘법적인 검토를 앞으로 거쳐야 한다(수정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따라서 양국 합의 아래 가안이라도 협정문 원문을 되도록 빨리 홈페이지에 띄우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최종협정문 서명 뒤 7~10일 사이에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
검증기구 구성 서둘러야=이에 따라 법률상 근거는 없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과 성격의 검증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정조사 개최를 방안으로 내놓았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일 “4월 임시국회가 시작하면 농해수위, 보건복지위, 문화관광위, 재경위, 통외통위 등 최소 5개의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또 “조속한 시일 안에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내용을 검증하고, 시민사회단체 및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는 “신뢰성 있는 위원회에서 검증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미 국회 특위가 꾸려져 있으니, 특위 산하에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를 꾸려서 평가작업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정부나 국회특위 산하로 꾸리는 것은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찬반 진영 양쪽이 균형있게 참여하는 전문가 중심의 자문위를 독립기구로 구성해서 평가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검증기구 구성 서둘러야=이에 따라 법률상 근거는 없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과 성격의 검증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정조사 개최를 방안으로 내놓았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일 “4월 임시국회가 시작하면 농해수위, 보건복지위, 문화관광위, 재경위, 통외통위 등 최소 5개의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또 “조속한 시일 안에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내용을 검증하고, 시민사회단체 및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는 “신뢰성 있는 위원회에서 검증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미 국회 특위가 꾸려져 있으니, 특위 산하에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를 꾸려서 평가작업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정부나 국회특위 산하로 꾸리는 것은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찬반 진영 양쪽이 균형있게 참여하는 전문가 중심의 자문위를 독립기구로 구성해서 평가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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