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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간다” “갈테면 가라지”
“갔다” “진짜 가버렸네”

등록 2007-04-02 18:53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 농업 수석협상관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 농업 수석협상관
미쪽 크라우더 ‘귀국’ 압박에 버티던 우리쪽 낭패
농업 협상 막전막후

“나 내일이면 간다!”

리처드 크라우더(사진) 미 무역대표부 농업 수석협상관은 이번 장관급 협상과 사흘간 연장된 막판 협상에서 적어도 3차례 이런 말을 했다. 그러면서 “농업은 내가 대표다. 캐런 바티아(장관급 협상 미국쪽 대표)한테 보고할 필요도 없고 전적으로 내 권한이다”라는 말을 자랑삼아 했다고 우리쪽 협상단은 전했다. “간다”는 말은 처음 두번까지는 허풍으로 드러났으나, “자신이 실세”라는 말은 진짜였다.

그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 내리 “미국에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방문하는데 수행하는 농업 담당 관료들을 만나야 한다”는 명분을 대며 돌아간다는 뜻을 밝혔다. 실세가 떠나면 협상이 안되니 한국은 빨리 내놓을 것을 다 내놓으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꿈쩍하지 않았다. “가겠다면 놔둬야죠 뭐. 신경 안써요”라고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두 나라 협상단의 대립 상황은 30일까지 거의 호전되지 못했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는 상황이 다반사였고 서로 화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고개를 테이블 쪽으로 숙이며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크라우더가 예외 없는 대폭 개방과 에프티에이 의제도 아닌 쇠고기의 검역을 집요하게 거론하자 민 차관보는 “크라우더 당신은 협상이 타결되면 어쨌든 미 의원들로부터 잘했다고 칭찬받겠지만, 나는 국회의원들과 농민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게 돼 있다. 그런 내 심정을 아느냐”고 공박하기도 했다. 동석한 배종하 농림북 국제농업국장은 “크라우더가 너무 꿈이 큰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라우더가 지난 1일 오후 5시30분 정말로 귀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한국 협상단이 난처해 했다. 마침 “윗선에서 농업이 딜브레이커(협상결렬 요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맨데이트(지침)가 떨어졌다”고 농업분과 협상 참석자는 전했다.

결국 1일 밤부터 다음날 2일 오전 9시까지 민 차관보, 배 국장, 정현출 농림부 자유무역2과장 등 농업분과 참석자 6~7명은 다시 양허안(개방안)을 수정했다. 전날까지 25년 내 관세철폐로 정했던 쇠고기를 20년 철폐로 앞당겼다. 이때 미국의 요구 사항은 15년 내 철폐였다. 농업분과의 한 공무원은 크라우더가 떠난 뒤 반전된 상황이 아쉬운지 “우리도 양허안(개방안)을 일방적으로 던져놓고 어디로 잠적해버릴 걸”이라며 푸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농림부가 새 양허안을 내자 곧바로 전화로 절충에 나섰다. 상대는 미국에 있는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 대표였다.

농림부 관계자는 “크라우더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무역대표부 안에서 슈워브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쇠고기가 미국 요구대로 15년 내 철폐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글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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