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범국본 산하 300개 단체 결속력 강해질 듯
“협상과정 비민주적…정보공개 청구등 대응”
“협상과정 비민주적…정보공개 청구등 대응”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세력이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하면서 ‘에프티에이 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군사독재 정권 이후 범시민세력이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들의 투쟁은 국회 비준 과정과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시민사회 세력이 설정한 이후 투쟁 방향은 크게 △협상 내용 공개 및 무효화 △비준 반대 △정권 퇴진 등 세가지다. 자유무역협정 반대 세력 결속 가속화=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오종렬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여망을 모아 협정을 저지했어야 했는데 실패했다”며 “에프티에이를 민중의 힘으로 반드시 엎어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남호경 농축산비상대책위 대표도 “국회 비준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 25명도 세시간 뒤 같은 자리에서 회견을 열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이 집행해온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가 합의한 헌법상의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폭력일 뿐”이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노무현 정권의 퇴진 외에는 방법이 없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결합을 유지해온 노동, 학생, 농민 등 범국본 산하 300여 단체의 결속력이 앞으로 협상의 구체적 내용 공개에 따라 더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쪽은 이날 “앞으로 촛불문화제 등 범국본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위헌소송·탄핵운동 불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 협정 내용 일부가 우리 헌법의 가치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협상 과정과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진상을 파악한 뒤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쪽은 협정에 반대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나서서 국회 비준 반대 홍보대사로 활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협상 내용이 공개되면 그 문제점을 분석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비준 저지를 위해 대통령 탄핵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협상 무효를 선언했다. “민주주의 지키기 투쟁”=범국본 등이 정권 퇴진 투쟁이라는 극한의 투쟁 방침을 들고 나온 데는 협정 내용도 내용이지만 협상이 진행돼온 과정의 비민주성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보 공개의 불투명성, 잇따른 범국본 집회 금지, 시위 참여자 형사 처벌 등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드러낸 태도들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원재 범국본 상황실장은 “에프티에이 반대 투쟁은 단순히 경제적 관점의 싸움을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접어들었다”며 “어제도 외부 판단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촛물문화제에 참여했듯, 이 싸움은 확대되는 국면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아예 집회신고 없이 집회를 여는 등 정부를 상대로 이미 불복종 운동을 선언한 시민사회 세력의 반발 움직임이 이날 협정 타결을 계기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종휘 이재명 기자, 노현웅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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