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과 달리 조약뒤 이행법 따로
승인 거부땐 협정문 휴짓조각
승인 거부땐 협정문 휴짓조각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협상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타결 뒤 두 나라가 국내에서 맞닥뜨려야 할 고비들이 사실은 더 크다.
협상 타결은 어디까지나 두 나라 정부 사이의 합의일 뿐 양국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양국에 굵직한 정치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고 양국 의회도 현재 협상 결과에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의회 통과와 발효까지는 최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물론 의회에서 승인이 거부되면 협정문은 휴짓조각이 된다.
한국=우리나라에선 남아 있는 절차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다. 일단 협상 타결 뒤 최종 협정문 작성 작업에 들어간다. 협정문을 법적으로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모호한 문구나 앞뒤가 충돌하는 내용, 법적이지 못한 표현 등을 다듬는 작업을 한다. 두 나라가 추후 논의하기로 한 사소한 부분들도 이 과정을 통해 명확해진다. 최종 협정문이 완성되면 양국 대표(일반적으로 외교통상부 장관)가 서명한다. 미국 무역촉진권한(TPA) 규정상의 일정 때문에 6월30일 이전에 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은 이 협정문을 비준한 뒤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한다. 언제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시한은 없다. 올해 9월 정기국회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 비준 동의안이 넘어오면 먼저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심의를 하게 된다. 통외통위에서 의결되면 본회의로 넘겨진다. 본회의에서는 일반 법률안과 마찬가지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 역시 정해진 시한은 없다. 양국 의회에서 모두 승인되면 일정 기간 뒤 발효된다.
미국=미국은 협상이 타결되는 즉시 체결의향서와 타결 내용 등을 의회에 통보한다. 이후 절차에서 우리와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우리와 달리 조약이 바로 국내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협정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이행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6월 말 양국 대표가 최종 협정문에 서명하면 미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행법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다. 협정문의 모든 내용, 협정에 따라 손질돼야 할 미국 국내법들, 피해구제 방안 등을 모두 종합해 이행법안을 만든 뒤 이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먼저 정비가 필요한 국내법 목록을 서명 뒤 60일 이내에 의회에 보내야 한다.
이행법안을 언제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시한은 없다. 하지만 일단 이행법안이 제출되면 의회는 9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의회 분위기를 살피면서 정치적으로 제출 시기를 저울질하게 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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