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양측 협상단은 물론 국내외 정관계 인사들까지 그때 그때의 상황에 대해 절묘한 비유법을 사용하며 입담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겠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경제는 지금 넓은 들판으로 나가야할 시점에 와있다"며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최근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내가 밥(쌀)장관인데..요즘 밥맛이 통 없다"는 발언을 통해 우리 농업의 수장으로서 개방 압력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에선) 16강이 소망이었는데 4강까지 가버렸다. FTA를 통해서 G-10 안으로 간다,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노무현 대통령, 2006년 2월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미 FTA 추진 의의를 설명하며)
▲"한미 FTA 국정조사에 대비하라"(김현종 통상교섭 본부장, 2006년 3월13일 한미 FTA 협상이 본격화되자 협상과 관련한 '이면합의', '밀실논의'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 협상팀간 또는 한미간 모든 논의와 협의 내용을 문서화하라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동아시아의 아일랜드가 될 수 있을 것"(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2006년 3월17일 한나라당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 소속 의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을 FTA 체결 성공사례로 꼽히는 아일랜드와 비교하며)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겠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경제는 지금 넓은 들판으로 나가야할 시점에 와있다"(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2006년 6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지금은 한.미 FTA를 통해 우리 경제.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세계 최고와 당당히 겨루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시애틀항 한국배 보고싶다"(권찬호 시애틀 주재 총영사, 2006년 9월5일 한미 FTA 3차 협상 장소인 미국 시애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애틀 항구를 들락거리는 일본과 중국 배만 자주 눈에 띄고 한국 배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한미FTA를 계기로 매일 국적선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제주도에게는 어머니같은 감귤을 미국이 빼앗아 가지 말기를 바란다"(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 2006년 12월5일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한미 FTA 5처협상에서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에게 감귤이 협정의 적용예외 품목으로 인정해달라며)
▲"'코러스(KORUS:한국과 미국을 붙여 줄인 말) 베이비'의 출산을 축하한다"(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 2006년 12월8일 한미 FTA 5차 협상장에서 아내의 첫 출산을 지켜보지 못한 우리측 협상단 일원에게 출산 선물을 챙겨주며)
▲"우리는 정부는 정부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따로 노는 형국"(조석래 한미재계회의 공동위원장, 2007년 1월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환영리셉션에서 우리는 미국과 달리 재계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해도 반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북한산을 넘는 것도 깔딱고개가 있는데 이번 것은 첫번째 고비다"(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 2007년 1월17일 6차협상에서 협상이 교착국면에 봉착했음을 시사하며)
▲"바깥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협상장에 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 2007년 2월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FTA 7차 협상결과 브리핑에서 협상전반에 걸쳐 성공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이요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라,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이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라'-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 전쟁에 이겨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라노라(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 2007년 3월12일 갈수록 맹렬한 공세를 퍼붓고 있는 미국 협상단에 농산물 분야에서 공세수위를 조절해달라는 뜻에서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지은 한시 '여수장 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의 원문과 영역본을 건내며)
▲"내가 밥(쌀)장관인데..요즘 밥맛이 통 없다"(박홍수 농림부 장관, 2007년 3월19일 기자단 오찬 중 FTA 막판 협상에서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을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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