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국내 투기자금 유입억제제도를 미국 자본에는 적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장관급 협상 이틀째인 27일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협상단 핵심 관계자는 “금융분야 협상에서 미국이 투기자금의 대량유입을 막는 우리의 가변예치 의무제도(VDR)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가변예치제란 국내에 들어오는 자금 가운데 출처와 용도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한국은행에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외 금리차를 노린 투기자금의 과도한 유입을 막으려는 제도다. 정부는 1999년 외환거래를 전면 자유화할 때 국제통화기금(IMF) 권유에 따라 이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투기자금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유입되면 국내 경기과열 → 원화환율 절상 →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이어져 결국 외환위기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지적한다. 협상단 관계자도 “자금의 대외송금을 제한하는 일시 세이프가드는 사후적 대응방안이지만 가변예치제는 외환위기 소지를 사전에 없애거나 줄이는 조처로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미국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적용을 전제조건으로 삼아, 사실상 거부하는 상태다.
송창석 김수헌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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