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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자금흐름 한복판 아시아 전망 밝아”

등록 2007-03-18 20:52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일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2년 전부터 추진해온 중국·인디아·싱가포르 시장 거점 확보 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새로 런던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도 여념이 없다. 최근 그는 3주 동안 인력 확보를 위해 런던과 뭄바이, 싱가포르를 집중적으로 돌아봤다고 한다.

지난 15일 홍콩 중심가인 스타스트리트 1번가 미래에셋자산운용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회장은 “중국과 인디아 시장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으로 중국 상하이에 글로벌 자산운용본부를 만들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상하이 금융 중심가 푸둥에 짓고 있는 33층 짜리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는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박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둔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와 금융 허브 전략, 펀드 활성화, 한국 주식시장 전망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특유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했다.

내년초 상하이에 글로벌본부 신설
“펀드, 10년 이상 장기투자가 정답”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위해 국내 증권·보험사 통·폐합 더 진행돼야=금융 허브 전략에 관한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먼저 주제로 올랐다. 박 회장은 “한국이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사들이 국내로 많이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나가서 경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해외 비즈니스를 통해 세계적 일류 기업이 된 점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또 싱가포르와 홍콩도 앉아서 외국 금융회사들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았으며, 적극적 해외 투자를 통해 지금의 신흥 금융 강국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 흐름에서 금융 허브 전략이 쌍방향인 만큼, ‘도토리 키재기 식’의 내부적 교류에 치중하는 것은 ‘독약’이 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박 회장은 “지금처럼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안방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자칫 일본과 중국, 인도 등의 글로벌 금융기업에 맥도 못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국내 증권·보험사의 경우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대처했다가는 외국사에 먹히기 딱 좋은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의 금융권이 빅뱅을 맞었던 1980년대 당시 브로커리지(주식 중개)에 치중했던 증권사 대부분이 주인이 바뀐 점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박 회장은 특히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권·보험사의 덩치가 더 커져야 한다”면서 “외국의 경우 합병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를 볼 때 우리도 통·폐합이 더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본 규모가 필요한 업종인 만큼 대주주 몇사람이 지분을 가지고 통제하는 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 인재 육성이 가장 시급=박 회장은 “지금 국내 금융시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자본 규모가 커져야 한다는데만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건 두번째 조항”이라며 “우수 인력 육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도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해외 금융 인력은 대부분 브로커리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지난 3주 동안 홍콩과 싱가포르, 뭄바이에서 현지인 가운데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리서치팀과 주식 매니저를 자신이 직접 채용 면접을 했다. 또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인재 육성을 위해 올해 그룹 전체적으로 약 100여명 규모의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고, 글로벌 인재 프로그램을 통해 40~50여명의 대학생을 1년간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으로 내보내는 사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자본 확대는 합병과 증자 등 여러 방법이 가능하지만, 인재 육성은 하루 아침에 안된다”면서 “국내에서도 한국 주식만 운용해서는 의미가 없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금융산업 전반에 ‘재앙이 온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국내 주식시장은 아직도 저평가, 펀드 갈아타기는 금물=최근 국내 주식시장 급등락 장세에 대한 진단도 곁들였다.

박 회장은 “최근 한국 증시의 조정은 성장에 이은 피로감일 뿐”이라며 “위축된 국내 소비부분에다 글로벌 마켓 경쟁이 혼재하면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저평가된 한국 시장을 두고 국내 자산을 빼서 무조건 외국으로 가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펀드 환매를 비롯한 무작정 갈아타기 움직임에 대해 “일시적으로 증시 등락이 있다 하더라도 펀드는 2~3년이 아니라 노후에 쓴다고 생각하고 투자해야 한다.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는 한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 팔아서는 안되며, 못해도 10년 정도 내다보고 장기투자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펀드 수익률을 판단하는 관점에 대해서도 “글로벌 증시를 보면 그 해 많이 오른 증시는 다음 해 위험하다는 게 상식”이라며 “호흡을 길게 갖고 장기적으로 어느 쪽에 몸을 담글지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중국 시장에 외국 자금이 지속적으로 쏠리는 것을 예로 들면서 “외국 투자가들이 중국 성장을 1~2년만 내다 보고 쏟아붓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2~2006년간 중국과 한국 등 신흥시장이 선진국 시장보다 실적이 나쁜 적이 한해도 없었다는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2004년도에 선진국 시장이 12% 상승했을 때 신흥시장은 22% 상승했으며, 2005년도 7% 상승했을 때 신흥시장은 30% 오르는 등 최근 5년 사이 중국과 한국 등 신흥시장은 성장 속도가 선진국보다 훨씬 빨랐고 하락 장세에선 빠지는 속도가 더뎠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추세적으로 볼 때 아시아·태평양 시장은 장기적으로 국제 자금의 흐름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다”고 밝혔다. 이미 돈의 흐름은 아시아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신흥 백만장자도 여기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흥시장 가운데 규모가 작은 베트남과 베네주엘라 등 ‘프런티어 이머징마켓’은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운용사들이 이게 팔린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점을 악용해 추세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소리다.

향후 10년은 어떻게 할건가=미래에셋금융그룹은 창투사와 투자자문으로 출발한 지 올해로 딱 10년이 흘렀다. 2005년 국내 운용사 가운데 최초로 해외펀드를 내놓는 등 항상 금융 이슈를 선점해 시장을 주도해 왔다. 박 회장도 개인적으로 40살에 창업해 짧은 기간에 자산운용사와 증권·생명보험사를 아우르는 자산 55조원의 금융그룹 총수가 됐다.

중국·인도·홍콩에서 운용사를 설립한 데 이어 런던과 미국·일본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중국 상하이 푸둥에 글로벌 자산운용본부 건물까지 만들고 있다. 움직이는 회장실을 가동하겠다고 한다. 자산운용 부문은 박 회장이 직접 챙기면서 글로벌 경영에 주력하겠다는 포석이다. 인도나 홍콩, 상하이 등 어디서건 세계에 흩어진 임원진들이 수시로 인공위성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는 방안도 시도중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은행 설립까지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항상 뒤따른다. 이에 대해 “은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향후 10년은 어떤 경영 방침을 구사할 것이냐는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박 회장은 “재무적으로 안정을 다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전철을 밟지않겠다는 것이다.

보험 분야는 설계사가 지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지금의 시스템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며, 증권 부문은 너무 빠르지 않게 국제화를 실행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이 주도하는 자산운용 부문은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전쟁을 확실히 치르기 위해 국내 사업부문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다져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홍콩/상하이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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