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탈출 가루, 2000년 38%에서 2004년 26.5%로 뚝
빈곤진입은 다시 증가세…실질소득 줄고 고용 불안 탓
빈곤진입은 다시 증가세…실질소득 줄고 고용 불안 탓
외환위기 이후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게 갈수록 어려워져 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용수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김기승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정책분석팀장은 13~14일 서울대에서 ‘외환위기 10주년: 우리는 무엇을 배웠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열린 ‘2007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실증적 분석을 담은 논문 ‘세대별 빈곤 진·출입 결정 요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1998년 이후 해마다 같은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경제활동 전반을 추적·조사하는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논문을 보면, 상대적 빈곤 가구 중에서 1년 뒤 빈곤 상태를 벗어난 가구의 비율이 2003년 이후 크게 낮아졌다. 상대적 빈곤 가구란 가구소득이 전체 가구 가운데 중간인 가구소득의 50%에도 못미치는 가구를 말한다. ‘빈곤 탈출’ 가구 비율은 2000~2002년 38% 수준이었으나, 2003년 30.1%, 2004년엔 26.5%로 급격히 하락했다. 반면, 빈곤 상태가 아니었는데 1년 만에 가난에 빠진 ‘빈곤 진입’ 가구 비율은 2001년 11.0%, 2002년 9.3%, 2003년 7.8%로 계속 낮아지다가 2004년 8.2%로 높아졌다.
논문의 저자들은 이를 두고 “빈곤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한번 빈곤 상태에 빠지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저수지(빈곤)로 들어오는 수량은 꾸준하거나 늘어나는데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수위(상대 빈곤율)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실질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빈곤에서 탈출할 기회와 수단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가구주의 나이가 60대 이상인 노인 가구의 경우, 빈곤 진입 비율이 17.7%(2004년 기준)로 일반 가구의 갑절을 웃돈 반면, 탈출 비율은 16.5%로 평균치에 훨씬 못미쳤다. 또 노인 가구의 75%가 한차례 이상 빈곤 상태를 경험했고, 조사 기간(2000~2004년) 내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율(25.9%)도 일반 가구(7.9%)의 세 배를 넘었다.
논문은 “노인 빈곤 가구는 자력으로 빈곤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다른 빈곤 가구보다 크게 떨어지는 만큼, 취업 기회 확대 같은 일반적인 지원 외에 공공 부문을 통한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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