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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둔의 기업 ‘태광’ 시장의 양지로

등록 2006-12-14 21:27수정 2006-12-14 22:01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 고문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태광그룹과 이룬 지배구조개선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 고문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태광그룹과 이룬 지배구조개선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태광, 왜 장펀드와 손잡았나

‘은둔의 기업’으로 알려진 태광그룹이 14일 마침내 외부에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8월23일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이른바 장하성 펀드)가 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지분 5.15%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직후부터 양쪽의 ‘공격’과 ‘반격’이 이어진 지 넉달 만이다. 태광산업은 법정 싸움까지 불사할 태세에서 한발짝 물러나, 장하성 펀드 쪽 의견을 대폭 받아들여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위협없는 한 화해가 낫다” 판단한듯
‘기업가치 제고’ 다른 기업들에 촉매로 작용

장하성 펀드의 첫 타깃이 된 태광그룹은 그동안 펀드 쪽의 대한화섬 실질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요청을 계속 거부했고 펀드 쪽의 줄기찬 비난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지루한 대치 상황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장하성 펀드가 상대를 잘못 고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널리 퍼졌으며, 설령 펀드의 뜻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해를 넘기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점쳐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태광이 펀드 쪽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배경에는, 장하성 펀드와의 잦은 충돌로 회사와 관련된 핵심 내용들이 계속 외부로 유출되는 것보다는 경영권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펀드 쪽과 손을 잡음으로써 오히려 기업 투명성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한다. 또 이호진 회장 일가에 대한 직접적 공격에도 꿈쩍 않았던 태광 쪽이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함에 따라, 이번 사례가 다른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상무는 “업계에서는 거의 숨어 있는 기업으로 알려졌던 태광그룹이 장하성 펀드의 주문을 받아들여 경영 투명성 확보와 사외이사 구성 등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식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도 “소수 주주와 태광산업, 대한화섬이 긍정적인 합의를 도출한 사례는 다른 기업들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장하성 펀드와 같은 ‘주주 행동주의자’들의 활동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펀드 고문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태광그룹과의 지배구조 개선 활동을 진행하면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결국 태광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펀드와 기업간 지배구조 개선 사례가 시장에 새로운 모델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펀드의 자산 규모는 1200억원 이상으로, 현재 상장사 10곳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추가로 1~2개 기업의 지분 보유 공시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증시에서는 관련 주식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이날 장 개시 직후인 오전 10시께 이미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으며, 장하성 펀드가 출자한 크라운제과와 화성산업도 전날보다 6.10%와 5.36% 급등했다.

에 앞서 장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가장 대립관계에 서 있던 태광그룹 쪽에서 그룹 전체 구조를 바꾸는 획기적인 결정을 해준 것은 앞으로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많은 기업들에 새로운 전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태광그룹 경영진이 발상의 전환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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