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연합 세력과 함께 케이티앤지(KT&G) 주식 6.6%를 집중 매집한 뒤 경영권 위협을 가했던 미국의 투자 전문가 칼 아이칸이 5일 주식시장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 776만주 가운데 700만여주(4.75%)를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칸은 올해 초부터 케이티앤지 쪽에 자회사 매각과 부동산 자산 처분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칼 아이칸 쪽으로부터 700만주 가량의 매각 의뢰를 받고 물량 대부분을 처분했다”며 “주로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이 물량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날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전날 종가 대비 3.8% 할인된 6만7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총 거래대금은 4249억원이며, 매도·매수 창구는 모두 씨티글로벌마켓증권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칼 아이칸의 경영권 공격 이후 케이티앤지 주가가 올 초 4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급등한 점에 비춰, 칼 아이칸 쪽이 이번 주식 매도로 약 15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량매도로 칼 아이칸의 지분율은 1% 이하로 떨어지게 됐는데, 업계에서는 칼 아이칸이 이날 장중매도를 통해서도 남은 주식 상당 부분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했다.
칼 아이칸은 1980년대 미국 트랜스월드항공(TWA)과 식품·제과업체인 나비스코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이어 2000년 이후엔 제너럴모터스와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공략을 시도한 탓에, 국제 금융계에서는 ‘기업사냥꾼’으로 불려져 왔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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