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대립 끝내야..파견대상 확대 등 정부 후속작업 기대"
재계는 30일 국회가 의장 직권상정으로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전격 처리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했던 안에서 기업에 불리한 쪽으로 더 후퇴했다"면서 향후 기업의 인력운용 부담과 노동시장 유연화 미흡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이에 따라 재계의 노사관계 사측 창구격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주요 대기업들은 정부가 시행령 등을 다루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파견대상 업무 범위를 넓히는 등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각별히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경총을 중심으로 한 경영계가 두드러지게 앞세우는 부담은 파견대상 업무 분야였다. 당초 정부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에서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법안에 명시된 업무만 되고 나머지는 다 안됨)이 '네거티브'로 바뀌었으나 이날 국회는 상임위 의결대로 '네거티브' 방식으로 회귀했다는 것.
결국 기업들로서는 법에 명시된 업무 분야 이외에는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인력 운용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항변인 셈이다.
다만 시행령에서 파견대상 업무를 구체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재계는 앞으로 정부가 시행령 보완 등 후속 작업을 통해 파견대상 업무를 현행 26가지에서 대폭 늘어나게 하는 등 폭넓게 규정해 주기를 희망했다.
또 기간제, 단시간ㆍ파견근로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없는 차별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새로 도입한 것도 재계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특히 "조정을 통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조정 성립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하며, 확정된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등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 절차도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재계 반응은 민감하기 짝이 없다.
규정 자체가 불명료하기 때문에 노사간 소송 남발과 이에 따른 산업현장 혼란이 몹시 우려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경총이 이날 발표한 공식입장을 통해 "정부는 후속 작업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기준을 명확히 하고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노동계는 정규직의 임금안정화를 통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모대기업 관계자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이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으로서는 인력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파견대상 업무를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저비용을 들여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추구해 이익을 내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더 늘리려는 기업들의 목표 추구는 어렵게 된다"면서 "오히려 앞으로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더욱 꺼릴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와 함께 정부가 3년 기간에, 기간 초과시 해고제한으로 규정했던 기간제 근로 관련규정이 국회에서 2년 기간에, 기간 초과시 정규직화 하는 것으로 바뀐 데 대해서도 재계 일각에서는 '불합리한 인력 운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계산원 등 비정규직 채용이 많은 편인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담긴 이번 법안 통과는 본인의 능력에 따라 지속적인 계약연장이 가능한 비정규직들도 1년11개월만에 다른 일을 찾아야 되는 상황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의 이런저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경총은 "비정규직 관련법안이 수년간의 논란끝에 국회를 통과한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로 노사간 갈등과 대립이 지속돼선 안된다"면서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하고 "노사정 모두 산업현장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비정규직 보호관련 법안의 입법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없지는 않다"며 "그러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입법이 된 만큼, 이를 계기로 노사는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정부도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규 김범수 기자 un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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