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에서 ‘비보험 특수치료’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아무개(54)씨는 지난 3년 동안 40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중 보험 처리가 가능한 290억원은 카드로 치료비를 받았으나, 나머지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112억원은 거의 예외 없이 현금으로 받아 98억원의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또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은 자녀들에게 가공 급여 4억원을 지급했다. 그는 이런 방업으로 모두 102억원의 소득을 빼돌렸다. 그는 국세청에 적발돼 세금 50억원을 추징당하고 조세 포탈 혐의로 고발됐다.

변호사 김아무개씨(45)는 세금계산서를 요구하지 않은 수수료 수입 6억원을 사무장의 처형 명의 차명계좌에 입급하거나 변호사 수임료 가운데 성공보수 등 7억원을 별도계좌로 받는 방법을 통해 11억원의 소득을 탈루했다. 그는 6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포탈 세액에 해당되는 벌금을 물게 됐다.

부인 명의로 주방기기 도소매업을 하는 이아무개(45)씨는 세금계산서 없이 무자료로 10억원어치 물건을 사들이고도 대금은 자신의 별도 예금계좌에서 빼내 갚는 방법을 동원해 모두 11억원의 소득을 감추기도 했다. 그는 6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게 됐다.

6일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 362명에 대해 3차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2003~2005년 3년 동안 조사 대상 한 사람당 모두 7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해마다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들 362명을 상대로 7527억원의 숨겨진 소득을 찾아내 2454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탈세 혐의자 30명을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이번에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사람들은 △기업자금을 변칙적으로 유용하거나 탈세한 자금으로 부를 축적한 재산가 99명,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중 탈세 혐의자 171명 △각 지방청별로 세원 관리 취약업종 중에서 탈루 혐의가 높은 92명 등이다.

국세청은 6일부터 탈루 혐의가 짙은 자영업자 312명을 상대로 4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4차 세무조사 대상으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상습적·고질적 탈세 혐의자 118명 △여론의 물의를 빚은 탈세 혐의자 51명 △지방 국세청별로 선정한 세원 관리 취약 업종 가운데 탈세 혐의가 높은 사업자 117명 △ 이미 수정신고를 권장받고도 불응하는 사업자 26명을 꼽았다. 특히 여론의 물의를 빚은 탈세 혐의자에는 고액의 수능·논술 과외 및 입시학원 관계와 사행성 게임장 운영자 등이 포함돼 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