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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낙관론서 한발씩 빼다가 마침내 ‘유턴’

등록 2006-10-20 19:52

권부총리 “사실상 불황” 발언 속내
성장률은 괜찮지만 체감경기 악화에 ‘백기’
건설등 공공부문 투자 늘리고 세제지원 검토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일 현재의 경제 상황을 ‘사실상 불황’이라고 진단해 그 배경과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부총리는 지난 8월 말 강연에서도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부진한 것을 들어 “불황 수준에 가깝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깝다’에서 ‘사실상’으로 바뀌며 어조가 강해졌다. 흔히 경제정책의 책임자는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에게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경제지표 가운데 상대적으로 좋은 지표들을 내세우며 낙관론을 펼친다. 이런 점에서 권 부총리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왜 ‘사실상 불황’이라고 진단했을까?=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를 판단하는 잣대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다시 말해 경제성장률이다. 올해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5%로 예상되는데, 이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4%대 중후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괜찮은 성적이다.

그러나 국민총소득으로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민총소득은 국내총생산에다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살림살이 형편을 측정하는 데 있어 국내총생산보다 유효한 지표다. 국민총소득은 지난해 0.5% 증가에 이어 올해도 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많은 비용을 외국에 지불해야 하는 탓에, 경제가 성장해도 국내로 돌아오는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재경부 쪽은 이런 점을 들어 “권 부총리가 경기 상황 자체를 불황으로 진단한 게 아니라,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사실상 불황’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부총리가 “경제성장률이 올해 3분기 4.6%, 4분기 4.0%로 전망되는데 내년 1분기로 가면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힌데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 회복이 자생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일 것이라고 전망해 왔는데, 결국 이 전망이 틀린 셈이 되는 것이다.

경기 부양으로 가는가?=이런 상황 인식 때문인지 권 부총리는 이날 재정 조기집행과 공공부문 건설 투자 확대, 연기금을 활용한 임대형 주택공급 확대 등 검토 가능한 거시·미시적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재정 조기집행은 내년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재정지출의 확대를 의미한다. 공공부문 건설 투자는 재정 투자와 민자 사업 관련 예산안이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기 때문에 공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임대형 주택 공급 확대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중대형 임대 주택 건설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폭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런 사업자들에게 공공택지를 싸게 공급하고 금융·세제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경부는 이런 검토가 거시경제 정책의 기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재정 조기집행은 앞으로 필요해질 상황에 대비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행정부 차원에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거시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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