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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학자들 “한미FTA 신중히 추진해야”

등록 2006-10-18 16:09

한국경제학회 한미 FTA 토론회
한국경제학회(회장 정운찬)는 18일 오후 서울시내 은행회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었다.

포럼에서 한국경제학회장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한미 FTA가 교환의 이익을 늘리는 전기가 될 지, 재앙이 될 지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면서 "시장개방은 개방의 범위와 순서를 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 한미 FTA의 신중한 추진을 당부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미 FTA를 둘러싼 이해단체의 첨예한 대립과 관련 "경제정책의 일관성.합리성을 유지하려면 정책 수립과정에 이익집단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것은 좋으나 폭과 깊이를 재조정해야한다"면서 "태생적으로 지역구 관리에 민감한 정치권의 인기영합적 억지요구에서 벗어나 정책이 탈정치화 하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FTA 미 주정부 구속여부 해결해야"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서비스 분야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과세문제는 원칙적으로 한미 FTA의 협상대상이 아니나 `국경간 거래'는 잠재적으로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만큼 FTA 협상외에 조세협정으로 보완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칙적으로 한미 FTA는 미국 연방정부와 체결한 조약이기 때문에 미국의 주정부를 구속하지는 않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 보험시장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보험업은 주법을 통해 규율되고 있어 우리는 아무런 개방압력을 행사할 수 없는 비대칭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금융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가 대 국가' 해결 방식외에 `투자자 대 국가'간 방식을 인정할지도 해결해야 한다"면서 "비대면 방식에 의한 보험업 중개거래가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보험중개회사 직원이 우리나라에 입국해 대면 방식으로 국내외 보험회사의 상품을 중개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지의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화 표시 자산의 해외 운용위탁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표시 자산의 해외 운용위탁은 결국 제3자에게 본질적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하더라도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면서 " 국내 소비자의 개인신용정보를 미국 본사 또는 관계사에 제공하는 문제에도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산자 보호만을 협상목표로 삼는 것은 문제"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와 한국의 통상가버넌스'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 생산자는 시장개방 저지, 소비자는 시장개방을 원한다"며 "정부는 이러한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어떤 목표를 갖고 협상할 지 결정해야 하는데도 예외없이 생산자 보호를 협상목표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방으로 충격을 받을 산업과 근로자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통해 개방의 충격이 완화되고 자원이 보다 효과적인 곳으로 재분배되려면 자구노력이 병행되는 충격산업 지원제도가 갖춰져야 하고, 공공 인력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하며, 현실적인 재원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정부는 한미 FT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조업의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는데 세계무역기구(WTO) 다자협상으로 인한 피해는 지원하지 않고 FTA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다"면서 "수입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없이 막연히 FTA를 체결한 국가로부터 수입이 늘었다는 이유로 보상하는 것은 세금을 축내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농업.의류.섬유 열고 통신.금융 보호 바람직"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 한미 FTA 추진 근거의 이론적 검토'에서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이미 70%가 넘는 상황에서 현재의 상황을 쇄국으로 비유, FTA를 추진하자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한미간 시장개방을 통해 미국의 선진산업 기술과 지식이 한국으로 이전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선진기술과 인적자본을 가진 미국기업이 한미간 시장에서 가격결정자가 되고 과점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교육의 양극화로 인한 인적자원 개발의 양극화 현상이 생겨나고 있어 한미 FTA가 한국의 내생적 성장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이미 형성된 인적자원의 양극화로 인해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고 주장하고 "선발주자인 미국이 설정한 표준은 결국 한국에게는 시장진입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FTA를 통해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법제가 한국에 이식되면 국가의 역할이 최소화돼 미국의 과점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고 결국 우리 기업은 미국 기업에 밀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래 시장동력은 자국시장에서 일정기간 보호해 경쟁력을 키운 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농업, 의류, 섬유 부문은 열고 통신, 하이테크, 금융서비스 등은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강원 기자 gija007@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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