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FTA 당론 미룬 채 대선 연계 주판알만
“잘되면 찬성하고, 잘못되면 반대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대하는 거대 양당 주류의 속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당론은 협상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정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7월 말에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에프티에이 당론을 정하자는 논의를 진행하다 중단했다. 지나치게 ‘뜨거운 감자’라는 이유에서다. 비대위는 8월 초에는 원내대표 쪽으로 당론 결정이라는 ‘폭탄’을 돌렸다.
한나라당은 ‘협상은 추진하되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게 당론이지만, 동시에 앞장서지는 않는다는 방침도 가지고 있다. 국회 에프티에이 특위에 참여하는 한 한나라당 의원은 “솔직히 말해 한나라당은 ‘잘되면 좋고, 잘못되면 나쁘다’는 입장”이라며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먼저 견해를 밝혀 좋을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이 이처럼 주저하는 이유는 ‘대선’ 때문이다. 한-미 에프티에이 일정은 내년 3월까지 협상이 끝나고 6월까지 국회 비준을 마무리하도록 돼 있지만, 체결이 되든 되지 않든 그에 대한 ‘책임론’은 대선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 안에서는 이미 분열이 진행 중이다. 찬성 쪽에는 송영길 의원과 임종석 의원 등이, 그 반대편에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김태홍 의원과 유승희·임종인 의원 등이 서 있다. 송 의원은 “18대 국회의원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임 의원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재야파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태도를 분명히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워크숍에서 정재호 중앙위 재정금융위원장은 “에프티에이에 대한 논의에서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무슨 태도를 취했느냐”며 “분명한 견해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경필 의원도 “한-미 에프티에이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는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대선 차원의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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