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3차 협상의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7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시애틀의 역사산업박물관에서 본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하며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시애틀/연합뉴스
미, 연방체제라 주정부가 “NO” 하면 ‘휴지쪽’
한국선 어기면 안돼…원래부터 상호주의 불가
한국선 어기면 안돼…원래부터 상호주의 불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6일 오전 미국 시애틀에서 개막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쪽 협상단은 이날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에서 개막식을 연 뒤 상품무역, 농업, 서비스 등 14개 분야에서 협상을 벌였다.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파견한 원정시위대 60여명은 협상 시작에 맞춰 협상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정저지 투쟁을 다짐하고 반대시위를 벌였다.
미 “주정부는 예외” 의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에서 미국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주정부를 협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자는 요구를 해, 불평등 협정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쪽 협상단은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워 서비스와 정부조달 시장 등의 개방안에서 주정부 배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법체계와 통상절차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우리 요구가 관철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미 협상단 주정부 통제할 재량 없어=연방체제인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맺는 조약이나 협정이 연방 법률로 저절로 인정되지 않는다. 의회가 협정을 비준함과 동시에 협정 이행에 관한 또다른 특별법을 제정해야 비로소 효력을 갖는다. 문제는 이런 통상협정이 기존 연방 법률이나 주법과 충돌했을 경우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미국은 이미 1994년 말 ‘우루과이라운드 이행법’(URAA)을 제정할 때 교통정리를 해뒀다”고 소개했다. 이 법안의 102조는 ‘협정의 어느 규정이나 그러한 규정의 적용이 미국 법과 상충할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신법은 구법에 우선한다’는 법 원칙이 통상조약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통상협정은 미국 50개 주의 법률주권도 침해할 수 없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행법에서는 ‘주정부 또는 주정부기관의 조처가 협정에 위배될 때 그것을 이유로 다툴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은 연방정부가 통상협정을 체결하면 각각의 주의회에서 협정에 맞도록 법 개정을 요구해야 하고 이를 특정 주의회에서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협정에 따른 의무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에서 미국 쪽 협상단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법적 권한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 협상을 하면서 현행 미국 법과 충돌할 수 있는 내용은 엄두도 못 낸다. 서비스시장 개방 범위와 관련해 ‘50개 주는 포괄적 유보 대상’이라는 협상안을 들고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출발부터 불평등 협정 가능성=이에 반해 우리 쪽은 협상 테이블에서 국내법이나 제도와 어긋날 수 있는 안건을 쉽게 다룬다. 협정을 체결한 뒤 국회 비준만 받으면, 기존 모든 법률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서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법적 지위를 규정한 법률이 있다. 95년 초에 제정된 ‘세계무역기구 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이다. 하지만 이 법에는 미국처럼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법적 효력이 없다’는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 우선구매를 규정한 지자체 조례가 대부분 위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국 쪽은 협상을 통해 우리 쪽에 줄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 반면 우리 협상단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국내법과 제도의 개정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한-미 에프티에이는 출발선부터 심각한 불평등을 전제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박순빈 안선희 기자 sbpark@hani.co.kr
7일 오후(한국시각)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파견한 원정시위대가 시애틀의 도심 웨스트레이크 앞 광장에서 연 촛불집회에 협정 체결을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함께 참가하고 있다. 시애틀/연합뉴스
■ 출발부터 불평등 협정 가능성=이에 반해 우리 쪽은 협상 테이블에서 국내법이나 제도와 어긋날 수 있는 안건을 쉽게 다룬다. 협정을 체결한 뒤 국회 비준만 받으면, 기존 모든 법률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서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법적 지위를 규정한 법률이 있다. 95년 초에 제정된 ‘세계무역기구 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이다. 하지만 이 법에는 미국처럼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법적 효력이 없다’는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 우선구매를 규정한 지자체 조례가 대부분 위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국 쪽은 협상을 통해 우리 쪽에 줄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 반면 우리 협상단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국내법과 제도의 개정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한-미 에프티에이는 출발선부터 심각한 불평등을 전제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박순빈 안선희 기자 sbpark@hani.co.kr
미국 주정부 관련 FTA협상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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