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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창신동의 어제와 오늘… 동대문시장 끼고 패션메카 성장

등록 2006-08-10 19:28

일감이 몰릴 때는 식당에 갈 시간이 없다. 창신동 사람들은 작업을 하다 공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밥을 시켜 먹는 일이 잦다. 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일감이 몰릴 때는 식당에 갈 시간이 없다. 창신동 사람들은 작업을 하다 공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밥을 시켜 먹는 일이 잦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전문생산자 네트워크로 거듭나야

창신동엔 왜 봉제공장들이 몰려들게 되었을까? 뿌리는 청계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평화·통일·동화시장을 축으로 한 청계천 일대의 의류공장은 우리나라 전체 기성복 물량의 70%를 소화할 만큼 번창했다. 하지만 청계천의 번영은 어린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전태일이 70년에 평화시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동자들은 한 달에 두 차례만 쉬며 하루 12~13시간씩 일했다.

그러나 이런 청계천 공장은 70년대 말부터 창신·신당동 등으로 흩어졌다. 기성복 시장의 주도권을 대기업에 빼앗긴데다 노조활동 때문에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동대문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창신·숭인동이 봉제공장의 새로운 메카로 떠올랐다. 79~80년 동대문 일대엔 제일평화시장, 동평화시장, 흥인시장, 광희시장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동대문시장은 남대문의 의류 원단·부자재 시장까지 흡수해 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장소가 됐다. 동대문과 가까운 창신동은 원료를 공급받아 바로 다음날 납품하는 이점을 누렸다.

뉴타운 개발되면 설자리 잃어

숭인동에서 20여 년째 재단사로 일하는 최명주(53)씨는 “90년대 초반까지는 설·추석 빼고는 계속 공장을 돌렸다. 한때는 이곳 미싱사 월급이 공무원 월급 갑절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중국 등에서 값싼 제품이 밀려들며 창신동도 침체에 빠져들었다. 창신동 봉제산업을 옥죄는 건 또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창신동 일대를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했다. 창신동 주민들이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목소리를 거세게 높이고 있어, 이곳은 아직 지구 지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뉴타운을 둘러싼 찬반 논란에서 봉제공장에 대한 논의는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봉제업자들은 대부분 세들어 있다. 기존 뉴타운 사업처럼 이곳도 주거형으로 개발되면 창신동 밖으로 나가야 한다. 창신동의 공장들이 없어지는 것은 단지 노후한 주거지가 깔끔한 아파트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비록 영세했을 지라도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가 사라지는 것이고 도시 고용이 위축되는 것이며 도시 서민이 빈민으로 추락하는 것을 뜻한다.


“패션 생산기지 계획 관리를”

강우원 세종대사이버대학교 부동산경영대학장은 “창신동은 동대문의류상가 등 도시의 패션을 뒷받침하는 생산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며 “도심지역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점이지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점이지역이 노후화됐다고 해서 기존 기능을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점이지역의 기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계획적 관리를 해야 도심이 활성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우관 한성대 교수(경영학)는 “창신동은 재고를 최소화하는, 그때 그때 빨리 값싸게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커왔으나 이는 결국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며 “소규모 생산자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획능력을 갖춰야 봉제공장들이 창신동을 떠나더라도 생존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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