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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고] 참여정부 빛나는 노을 되려면/이정우

등록 2006-07-19 19:59수정 2006-07-19 22:47

이정우/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이정우/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기고] 새 경제팀에 바란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경제정책을 책임질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8일 취임했다. 참여정부 전반기에 청와대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로부터 참여정부 후반기의 바람직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참여정부는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출범했다. 그러나 최근의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이 옐로우 카드를 꺼내든 형국이다. 남은 20개월 동안 과연 만회 골을 넣을 수 있을까? 시간은 충분하다.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신임 경제부총리의 임무는 막중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클레망소가 ‘전쟁은 너무나 중요해서 장군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말했듯이 경제는 너무나 중요하므로 경제관료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다. 대통령과 새 부총리는 각계의 비판에 늘 귀를 열어 두기 바란다.

올 초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과제로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꼽았다. 양극화 문제가 워낙 심각하므로 동반성장 전략은 분명히 필요하다. 보수 쪽에서는 40년째 ‘오로지 성장’을 부르짖고 있고, 양극화 문제도 성장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는 양극화 현상의 발생 원인을 모르는 데서 오는 오류다. 지금 과거와 같은 성장일변도의 정책을 쓴다면 성장률은 조금 올라갈지 모르나 양극화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는 일자리와 분배가 해결되지 않는다.

동반성장은 성장과 분배의 동시 달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래의 성장과는 다르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성장을 추구하며, 부유층과 더불어 빈곤층의 소득 증가를 도모한다. 사회 전체가 골고루 성장의 혜택을 입는 성장이라는 점에서, 또한 분배와 성장이 상호촉진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정책 방향이다. 문제는 동반성장의 큰 그림이 국민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대·중소기업의 상생전략, 차별시정 정책, 복지정책 정비, 근로소득지원세제(EITC), 부동산정책 등은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 그 당위성과 구체적 내용을 총괄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고용없는 성장’ 분배 해결안돼


우리나라의 보수 학자·야당·언론은 분배를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존재로 보는 나쁜 습관이 있는데, 이는 케인즈가 말했듯이 한번 입력된 인식이 오래도록 머리를 지배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입버릇처럼 참여정부가 분배에 치중하는 바람에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면서도 증거를 대지 않는다. 오히려 보수파의 상투적 반대에 부딪혀 참여정부가 분배와 참여에 집중하지 못했고, 그래서 성장잠재력의 복원도 불충분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한미FTA는 국민의 관심사다. 정부는 세계 최대의 시장에 대한 접근을 높인다는 점, 세계화 시대에 개방과 경쟁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와의 FTA와 한미FTA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FTA를 하면서 강도 높은 경제통합을 요구하며, 이는 경제체질의 변화를 가져온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은 단순한 쇄국주의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다. 충격이 너무 크고, 우리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1997년의 환란을 맞아 IMF-미 재무성-월가의 권고에 따라 실시한 미국식 구조조정, 대량 실업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다 알고 있으며, 그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의 저투자, 저성장도 거기에 일부 이유가 있다. 한미FTA는 이를 상시화하는 것이며, 우리의 제도와 정책을 미국식으로 바꾸어 경제체질을 미국화할 것이고, 결국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시장경제에는 영미형, 북구형 등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 중 미국식 시장지상주의는 결코 최선이 아니다. 왜 우리의 정책 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우리의 경제체질을 악화시키려 하는가. FTA는 늘여나가야 하지만 상대를 잘 가려서 해야 한다.

‘한-미 FTA’ 양극화 심화 시킬 것

분명히 5·31 선거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엄중 경고다. 이는 살기 어려운 데 대한 원성과 개혁 미진에 대한 불만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 여당 일각에서 정책 기조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반은 옳고 반은 틀렸다. 무리하게 경기를 부양하자는 주장은 그것이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나든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난 정부 후반에 형성된 벤처, 카드, 부동산이란 거대한 3대 거품경제를 물려받아 지금도 경제가 어렵고, 국민이 고통당하고 있는 걸 생각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인위적 경기부양의 짧은 달콤함과 긴 쓰라림에 대해서는 이미 배울 만큼 배운 셈이다. ‘분배니 뭐니 거대담론은 헛소리’란 생각은 위험하다. 이는 지도 없이 바다를 항해하자는 것이며, 등불 없이 밤길을 걷자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처음에 세워둔 목표와 이정표대로 일관성 있게 경제를 운행해가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일관성 여부에 달렸으니 참여정부의 노을이 빛날지 초라할지는 거기에 달렸다. 서민들의 피곤한 어깨를 어루만지되, 개혁을 열망하는 다수의 눈빛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용이냐 개혁이냐가 아니고, 실용과 개혁을 동시에 해야 한다. 분배냐 성장이냐가 아니고,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해야 한다. 물론 5년에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상적 국가를 향한 초석을 놓는 심정으로 묵묵히 걸어가기 바란다. 우보천리라고 하지 않는가. 우직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행동은 나중에 좋은 열매를 맺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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