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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국과 유사한 보호기준 강요 세계은행 “한국 가장 큰 피해”

등록 2006-07-14 19:13수정 2006-07-14 22:30

[한-미 FTA 2차 협상 쟁점분석] ⑤ 지적재산권

IT산업 흔들·정보접근 위축 우려

‘이용자 권리도 보호’ 미국과 달리

다른 나라엔 저작권만 극단적 강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지적재산권 협상은 미국 쪽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이다. 그만큼 미국에 돌아갈 이익이 크고 넓기 때문이다.

지재권은 산업과 기술분야를 다루는 특허·의장·상표권과 문화·예술분야의 저작권으로 나뉜다. 지재권을 어떻게 인정하느에 따라 산업 전반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재권 분야의 미국 쪽 협상단은 미국 법에 따라 움직인다. 미국 통상법은 ‘자유무역협정 지재권 협상의 목적은 상대국에 미국과 유사한 보호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제시하는 협상안도 뚜렷하다. 이미 1차 본협상에서 △지재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 △저작권 침해에 대해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하고 사전단속 강화 △비영리 목적의 저작물 이용행위 축소 △온라인정보 제공자의 저작물 보호책임 강화 △특허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3자가 특허발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실시 요건’의 제한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 지재권자를 ‘투자자’에 포함시키며, 인터넷상의 정보에 대한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자 승인대상으로 인정해줄 것 등도 요구하고 있다.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요구안 대부분이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고 인터넷이용자들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안에 대한 우리 쪽 대응안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정부의 공식 발표로는, “양국의 입장과 제도 현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는 수준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지난 6월 초 1차 본협상에서 지재권 통합협정문이 마련됐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 요구안이 워낙 광범위하고 복잡해 실무검토를 하는 데 좀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통합협정문은 선언적 의미만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안을 받아들이려면 고쳐야 할 국내 관련법과 제도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따른 이해당사자들간 의견조정도 만만치 않다.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대표(변리사)는 “미국은 지재권자의 권리와 함께 이용자의 권리도 보호하고 인정해주는 법과 제도를 갖춰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할 때는 지재권자의 권리만 극닥적으로 강조하는 안을 들고 나온다”며 미국 요구안에 대한 자세한 공개와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2002년에 낸 보고서에서,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완벽하게 적용했을 경우 가장 큰 손해를 볼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이 보고서가 추정한 국제수지 적자 증가액만 한해 153억달러(약 14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서비스무역수지 적자액 131억달러를 넘어서는 액수이다.

국민들의 정보접근 및 이용의 위축 가능성도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지재권의 강화는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를 확대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지숙 교수는 “정신적 창작물의 유통을 통상관련법으로 규율할 경우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을 제약하고 결국 지식기반경제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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