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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 부자들 “미국에 집 사자”

등록 2006-07-11 18:47수정 2006-07-11 21:43

세금 피하고 환차익 기대감 커
국외부동산 취득허용뒤 급증세
월스트리트저널 크게 보도

서울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75만달러에 구입했다. 7억여원을 들여 1만1000㎞ 떨어진 곳에 두 번째 집을 장만한 셈이다. 미국에서 모기지론을 받을 예정인 김씨는 환율 변동만으로 이미 10%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 달러가치가 오르면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불을 뿜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를 운운하는 상황인데도, 한국인들은 주저 없이 뭉칫돈을 쏟아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각) 김씨의 사례를 전하며, “한국인들의 현금이 미국에서 집을 찾았다”고 표현할 정도다.

뉴욕의 부동산회사 코코란은 최근 맨해튼이 내려다보이는 뉴저지에서 344가구의 고급 아파트를 분양했다. 한 채에 160만달러까지 나가는 이 고급 아파트를 산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한국인이었다. 더욱이 그들의 절반은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결제했다. 이 회사 닐 스로카 수석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한국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 열기 뒤에는 환차익이라는 셈법이 숨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최근 2년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20% 이상 상승했는데, 한국인 투자자들은 이제 달러 가치가 반등할 때가 왔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이야말로 미국 부동산을 싸게 사서 환차익을 챙길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설사 미국의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무뎌지더라도 세금 때문에 투자이익이 줄어들 한국에서보다는 수익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매입은 정부의 국외 부동산 투자한도 확대 조처로 탄력을 받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최근 발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외 부동산 취득 실적은 총 383건에 1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9건, 932만달러)과 비교하면 건수로는 13배, 금액으로는 15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투자 목적의 국외 부동산 취득이 허용된 6월(145건, 5421만달러)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의 국외 부동산 중개업체 루티즈 코리아는 요즘 몰려드는 고객들로 바쁘다. 지난해만 해도 회원이 1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000여명으로 늘어났다. 회원들 가운데는 주부들과 퇴직자들이 많다. 이 회사는 최근 투자자 1명당 최고 2억5000만원까지 받아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상품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임채광 해외리서치팀장은 “고객들은 미국이 투자처로서 안전할 뿐아니라 현재의 환율로 볼 때 수익성이 있다고 본다”며 “부동산값이 이미 많이 오른 캘리포니아나 뉴욕 부근보다는 아직까지 집값이 저렴한 조지아, 텍사스, 앨라배마 등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최종훈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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