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멕시코 경제공사의 한미 FTA 협상 조언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 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 체결한 FTA를 꼼꼼히 살펴보고 미국이 협상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지를 파악하라"
지난 1994년 미국,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한 바 있는 멕시코의 엑토르 마르케스 주미경제공사는 9일 미국과 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 협상대표단에 대해 `지피지기(知彼知己)'의 협상전략를 조언했다.
마르케스 경제공사는 이날 주미멕시코 대사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가 NAFTA를 통해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었음을 역설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음은 마르케스 공사와 가진 일문일답.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NAFTA가 멕시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 공정하게 평가하려면 93년 NAFTA가 체결되기 이전으로 돌아가서 봐야 한다. 당시 멕시코는 상당히 폐쇄적 경제였고, 생산성도 낮았으며, 상품의 국제경쟁력도 굉장히 떨어졌다.
하지만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는 수출지향적 경제로 바뀌어 수출이 69% 늘었고, 노동생산성도 향상돼 멕시코 상품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무역이 크게 확대됐다. 멕시코의 대미수출은 2천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은 1천9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NAFTA 체결 전보다 3배 증가한 것이다.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첫째 멕시코는 NAFTA를 계기로 개방된 경제체제로 전환됐다. 무역관세 뿐만아니라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멕시코의 무역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미국의 멕시코 투자가 150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NAFTA 덕분에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게 됐다. 둘째 NAFTA를 통해 멕시코 경제에 경쟁의 개념이 도입됐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 NAFTA가 체결되기 전에 멕시코 시장은 규제와 독점 등 비우호적 요소가 많아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가 개방됨에 따라 멕시코 생산자들은 미국과 캐나다 제품과의 경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멕시코 소비자도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이런 경쟁 개념은 제조업 회사 뿐만아니라 금융분야 등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게 됐고 경제가 활성화됐다. 셋째,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간에 무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도구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NAFTA가 없으면 통상이슈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정치적 맥락에서, 쉽게 해결될 일도 어렵게 만드는데, NAFTA가 제도적 틀을 제공함으로써 통상현안을 정치적 차원이 아닌 무역 차원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줬다. --NAFTA가 멕시코에 가져다 준 다른 이점은 무엇인가. ▲NAFTA는 단순히 상품을 팔고 사는 협정이 아니라 미국과 장기적,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줬다. 지난 94~95년 경제위기 때 NAFTA 덕분에 미국으로부터 경제회생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NAFTA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NAFTA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들의 얘기가 주로 전해지는데 손해를 본 사람보다 이익을 본 사람이 훨씬 많다. NAFTA를 통해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수출 관련 기업의 노동자 소득이 60% 증가했다. --멕시코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NAFTA에서 농업이 취약분야였고, 피해를 본 것으로 아는데. ▲NAFTA 덕분에 농업분야 대미 수출도 증가했다. NAFTA 체결 전에는 연간 10억달러 였지만 NAFTA 이후 연간 80억달러로 증가했다. 농업분야 수입도 NAFTA전 20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으로부터 곡물, 옥수수, 콩 등을 주로 수입하고 토마토, 상추 등 신선한 채소를 수출한다. 물론 멕시코는 수입이 많은 옥수수, 곡물 등 몇몇 섹터는 매우 어려워졌다. 하지만 NAFTA에 의해 설립된 위원회가 25개이고 이중 7개가 농업과 관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통상상 문제가 생기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NAFTA가 멕시코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주장도 있는데. ▲양극화가 오히려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NAFTA 체결 이후 중간계층의 비율이 증가했다. --한미간 FTA 협상을 지켜보면서 어떤 감회를 갖게 되나. ▲현재 진행중인 한미 FTA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여러 우려사항들은 NAFTA 협상 때도 똑같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워낙 큰 시장이기 때문에 FTA를 체결할 때는 많은 업계나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명한다. NAFTA는 이미 체결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런 우려사항에 대해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FTA협상을 진행중인 한국에 조언하고 싶은 내용은. ▲먼저 미국이 FTA 협상에서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해야 한다. 미국은 최근 여러 나라와 일련의 양자 협상을 맺고 있는데 미국이 협상에서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떤 형태의 협정을 갖기를 원하는 지는 최근 체결한 모든 협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무엇을 원하느냐. 가장 어려운 것은 한국이 FTA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어내려는 것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다. 행운을 빈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첫째 멕시코는 NAFTA를 계기로 개방된 경제체제로 전환됐다. 무역관세 뿐만아니라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멕시코의 무역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미국의 멕시코 투자가 150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NAFTA 덕분에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게 됐다. 둘째 NAFTA를 통해 멕시코 경제에 경쟁의 개념이 도입됐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 NAFTA가 체결되기 전에 멕시코 시장은 규제와 독점 등 비우호적 요소가 많아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가 개방됨에 따라 멕시코 생산자들은 미국과 캐나다 제품과의 경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멕시코 소비자도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이런 경쟁 개념은 제조업 회사 뿐만아니라 금융분야 등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게 됐고 경제가 활성화됐다. 셋째,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간에 무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도구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NAFTA가 없으면 통상이슈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정치적 맥락에서, 쉽게 해결될 일도 어렵게 만드는데, NAFTA가 제도적 틀을 제공함으로써 통상현안을 정치적 차원이 아닌 무역 차원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줬다. --NAFTA가 멕시코에 가져다 준 다른 이점은 무엇인가. ▲NAFTA는 단순히 상품을 팔고 사는 협정이 아니라 미국과 장기적,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줬다. 지난 94~95년 경제위기 때 NAFTA 덕분에 미국으로부터 경제회생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NAFTA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NAFTA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들의 얘기가 주로 전해지는데 손해를 본 사람보다 이익을 본 사람이 훨씬 많다. NAFTA를 통해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수출 관련 기업의 노동자 소득이 60% 증가했다. --멕시코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NAFTA에서 농업이 취약분야였고, 피해를 본 것으로 아는데. ▲NAFTA 덕분에 농업분야 대미 수출도 증가했다. NAFTA 체결 전에는 연간 10억달러 였지만 NAFTA 이후 연간 80억달러로 증가했다. 농업분야 수입도 NAFTA전 20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으로부터 곡물, 옥수수, 콩 등을 주로 수입하고 토마토, 상추 등 신선한 채소를 수출한다. 물론 멕시코는 수입이 많은 옥수수, 곡물 등 몇몇 섹터는 매우 어려워졌다. 하지만 NAFTA에 의해 설립된 위원회가 25개이고 이중 7개가 농업과 관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통상상 문제가 생기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NAFTA가 멕시코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주장도 있는데. ▲양극화가 오히려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NAFTA 체결 이후 중간계층의 비율이 증가했다. --한미간 FTA 협상을 지켜보면서 어떤 감회를 갖게 되나. ▲현재 진행중인 한미 FTA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여러 우려사항들은 NAFTA 협상 때도 똑같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워낙 큰 시장이기 때문에 FTA를 체결할 때는 많은 업계나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명한다. NAFTA는 이미 체결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런 우려사항에 대해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FTA협상을 진행중인 한국에 조언하고 싶은 내용은. ▲먼저 미국이 FTA 협상에서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해야 한다. 미국은 최근 여러 나라와 일련의 양자 협상을 맺고 있는데 미국이 협상에서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떤 형태의 협정을 갖기를 원하는 지는 최근 체결한 모든 협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무엇을 원하느냐. 가장 어려운 것은 한국이 FTA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어내려는 것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다. 행운을 빈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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