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전문경영인 체제
대한전선·교보생명 유족들
1300억대 세금 성실납부
대한전선·교보생명 유족들
1300억대 세금 성실납부
기업을 일으킨 창업자가 모두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거나 상속을 편법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유일한 박사가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한양행은 2세 상속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들인 일선씨는 한때 부사장으로 경영에 뛰어들었으나 곧 물러났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고, 관리만 기업인이 할 뿐”이라는 유 박사의 신념 때문이었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이다. 평소 장학 사업에 힘을 쏟았던 유 박사는 전재산을 공익재단인 유한재단에 기증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의 기업 이윤은 자연스럽게 재단과 학원으로 흘러들어가 사회공헌 활동과 교육사업에 쓰여진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일선씨는 회사 지분은커녕 재단의 지분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유 박사의 딸 재라씨는 91년 숨기기 직전 당시 45억원어치의 유한양행 주식과 160억원대의 서울 대방동 집터 등 모두 205억원을 유한재단에 기부했다. 2대에 걸쳐 전재산을 사회에 돌려준 것이다.
미국에서 한창 상속세 폐지 움직임이 일 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같은 거부들이 폐지 반대에 앞장선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수천억, 수조원대의 재산을 갖고도 경영권 대물림을 위해 마치 인심쓰듯 상속세를 내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국내의 일부 재벌기업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04년 3월 세상을 뜬 설원량 대한전선 전 회장의 유족들은 1355억원을 상속세로 신고해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국내 상속세 사상 최고 액수였다. 어찌보면 법적 절차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이어서 얘깃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인데도 설 전 회장 유족들의 ‘성실납부’는 변칙 상속이나 증여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다른 재벌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대한전선쪽은 “평소 번 만큼 세금을 낸다는 창업주의 평소 생각을 유족들이 받든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2위는 1338억원을 납부했던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 유족이다. 이들 기업보다 큰 규모의 재벌가라고해서 모두 편법 상속이나 증여를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히 피해나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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