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주가 떠받히기 가능성
현대차그룹이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보유 지분 등 사재 1조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글로비스 주가 하락으로 실제 가치는 1조원에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향후 글로비스 주식 기부 시점에 주가가 떨어질 경우 현금이나 다른 주식 등을 통해 사회환원 금액을 1조원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밝혀, 어떤 방식이 동원될지 주목된다.
글로비스 주가는 19일 주식시장에서 3만5500원에 마감됐다. 전날 종가인 4만1750원에서 가격제한폭(15%)인 6250원이나 급락했다. 정 회장 부자가 사재 출연이라며 내놓기로 한 지분은 모두 2250만주(지분율 60%)다. 출연 주식의 값을 정확하게 따지면 8천억원에 못미친다. 현대차의 발표 수치와 2천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하루 전인 17일 종가로 따지면 9394억원으로 엇비슷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사재 출연 액수도 급감했다. 나아가 ‘오너 일가의 회사=현대·기아차의 몰아주기 영업’이라는 주가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향후 글로비스의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 사재 출연 발표 액수와 실제 출연 규모 사이의 간격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주가 하락이 가속화해 7천억~6천억원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현대차는 현금이나 다른 주식을 통해 이를 메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가 출연 과정에서 실제로 정 회장 일가의 사재가 추가로 나올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조원의 가치를 만드는 데는 여러가지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다른 보유 주식의 추가 출연 대신 현금 동원 방식이 더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의 현금 동원 방식이란, 정 회장 일가가 부족분을 자신들의 현금으로 메우기보다는 현대·기아차의 자금력으로 글로비스의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떠받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오너 일가의 물적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증시 관계자는 “1조원 부족분을 메우는 방법에 있어 실제로 오너 일가의 돈이 추가로 나오는 방식보다는 현대·기아차의 글로비스 주가 떠받치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