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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월400만원 매출 수익은 적지만 점점 행복해져요”

등록 2006-04-19 18:09

보조기구 끼우고…단축키 통째로 외우고…‘마지막’ 심정으로 덤벼

인터넷쇼핑몰 ‘해피바이러스’ 연 장애인 신숙이씨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행복해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세상에 나눠주고 싶어요.”

‘해피바이러스’로 사업자 등록을 해 인터넷 창업을 한 1급 장애인 신숙이(48) 사장의 포부다. 2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상품등록, 고객관리, 물품배송 등을 하며 매일 10시간이 넘게 일을 하면서도 조금도 힘들지 않은 표정이다. 과거를 회상할 때는 언뜻언뜻 눈가에 물기를 비추기도 하지만 앞으로 할 일과 수익이 있으니 휠체어에서도 제법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신 사장은 그날을 정확히 기억했다. 1990년 10월8일. 간호사였던 그는 이날 교통사고로 목뼈를 다쳐 하반신을 못 움직이게 됐다. 재활 과정을 거쳐 팔은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눈을 뜨면 주위에 누가 없을까봐 불안해 했다. 그림, 운동 등에 도전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취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가 없었다.

신 사장이 지금의 활력을 갖게 된 계기는 온라인장터 옥션의 장애인 대상 인터넷 창업 프로그램인 ‘나의 왼발’이었다. 애초 간병인이 필요한데다 컴퓨터 조작도 어려워 면접관들은 그를 합류시키기를 주저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3주의 교육기간 내내 손에 보조기구를 착용한 채 볼펜을 끼워 키보드를 똑딱똑딱 두드렸고, 포토샵은 단축키를 통째로 외워버렸다. 제작시간이 오래 걸려 늦게 자습하기 일쑤였다. 그는 이 기간 올린 첫 수익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9900원짜리 티셔츠를 팔아 얻은 몇 백원의 수익이었지만, 제 힘으로 돈을 벌기까지 꼬박 16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교육을 마친 뒤에는 동기들과 함께 서울 가양동 작업실에서 생활하며 물품 배송, 구매자 관리 등을 하나씩 배워갔다. 그로부터 3개월 만에 과감히 독립을 선언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전재산 2천만원을 투자해 혼자 힘으로 매달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꼭 성공해야한다. 아니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왼손으로 마우스를 흔들어 위치를 고정시키고, 오른손에 보조기구를 찬 채 볼펜을 붙잡아 클릭한다. 아직도 물건 등록하는 데 남들보다 2~3배 시간이 걸린다. 그는 이런 어려움에도 남다른 집념으로 하루 20~50개의 물품을 판매하고, 월 4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채 1만원이 넘지 않는 티셔츠, 진드기 퇴치기, 여성 속옷 등이다. 사무실 유지비, 물품 구입비 등을 공제하면 얼마 남지 않지만 그래도 신바람이 난다. 2~3시간마다 운동과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그럴 짬이 없다. 이런 일이 하루 10시간씩 이어진다. “제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몰라요. 당당하게 사회 일원으로 일할 수 있어 마음이 기쁘고 즐겁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생겨요.”


돈이 생기자 삶의 자세도 바뀌었다.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에 다니고 있다. “여러단체에서 인터넷을 가르쳐주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일터를 마련하는 기술입니다. 특히 장애인은 남다른 집중력과 끈질김이 있어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창업에 도전해 볼 만합니다.”

글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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