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동진 부회장 왜 소환했나
글로비스 비밀금고 정체와 관련 분석
글로비스 비밀금고 정체와 관련 분석
검찰이 2002년 대선 불법정치자금 수사 때 정몽구(68) 회장을 대신해 형사처벌을 받았던 김동진(56) 부회장을 다시 소환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김 부회장이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현대차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총괄했던 자리에 있었던 만큼 현대차 비리의 내용을 가장 잘 알 것으로 보고 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8일 “수사가 마무리될 것 같다. 정 회장 부자를 추궁할 신문사항을 정리하겠다” 며 김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정 회장 부자의 소환을 위한 마지막 준비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은 김 부회장을 소환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 못한다”고 답했다. 채양기(53) 기획총괄본부장 등 다른 현대차 임원들을 부를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의 소환이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비밀금고에서 발견된 70여억원의 정체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밀금고에 있는 돈이 2002년 대선 때 현대차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쪽에 건네고 남은 ‘대선 잔금’일 가능성이 있고, 김 부회장을 소환한 것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검찰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김 부회장이 2002년 11월 현대캐피탈 이아무개 사장과 현대차 최아무개 부사장한테 지시해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실에서 이틀에 걸쳐 50억원씩을 이 후보 쪽에 ‘차떼기’로 넘긴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검찰은 80억원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개인재산과 비자금이고, 20억원만 현대캐피탈을 통해 만든 비자금이라고 했으나 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계열사의 임직원들은 “비자금을 조성해 글로비스에 갖다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도 비밀금고에서 발견된 비자금은 글로비스 이주은(61·구속기소) 사장이 별도로 조성해 사용한 비자금과는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불법 대선자금 전달에 깊숙이 개입한 김 부회장이 입을 열어야 의혹도 풀린다. 만일 비자금의 일부가 대선 잔금으로 드러나면, 검찰로서는 대선자금 수사 때 돈의 출처를 철저히 캐지 못했음이 드러나는 것이고, 차떼기 악몽을 잊으려는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반발도 불러올 수 있다. ‘대선 잔금’설이 불거지자 검찰이 곧바로 “금시초문”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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