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으로 현대차그룹에서 승승장구하던 이정대 재경본부 부사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이 나란히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그룹내 현대정공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가신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이 경영수업을 받은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 출신 인사들은 가까이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1974년 현대차써비스 사장을 맡으면서 CEO로 데뷔했고 77년부터는 현대정공 사장까지 겸임했으며, 87년 현대정공 회장에 취임하면서 최고경영자의 자질을 다졌다. 그는 지금도 현대모비스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에서 쌓은 경영 경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시 함께 고생한 인재들에 대해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들의 충성심 또한 남다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로 조사를 받거나 체포된 임원진의 다수가 현대정공 출신인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번에 나란히 긴급 체포됐다 풀려난 이정대 부사장과 김승년 본부장은 대표적 현대정공 인맥이다. 두 임원은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 대책 마련에도 핵심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사한 이정대 부사장은 곧 현대정공으로 옮겨 경리로 일했다. 이때 꼼꼼한 일처리로 정몽구 회장의 눈에 든 그는 1999년 정 회장이 수장을 맡은 현대차로 합류했다.
이후 2000년 경영관리실장(상무)을 맡은 뒤 2002년 전무로 승진했으며, 1년만인 2003년 부사장으로 다시 승진해 재경사업본부장에 임명되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김승년 본부장은 이른바 'MK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작년 10월 구매총괄본부로 발령이 나기 전까지 15년간이나 정 회장의 비서로 일했다. 정 회장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심복중의 심복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삼성에 이학수가 있다면 현대차에는 김승년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승년 부사장의 영향력은 막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 출신으로 건국대를 졸업한 그는 현대정공에서 자재담당 과장이던 1990년 비서로 발탁된 뒤 정 회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왔다. 그도 이정대 부사장 못지않게 초고속 승진한 케이스다. 2001년 이사가 된 뒤 지 난달 부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대오토넷과 본텍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일장 전무(현대오토넷 전 사장)도 현대정공 출신의 재무통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넷을 인수한 두달 뒤인 작년 9월 현대오토넷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본텍 합병을 마무리한 직후인 지난달 초 남양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그룹 수뇌부로부터 모종의 지시를 받은 '구원투수'가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황유노 재무관리실장(상무)도 현대정공 출신이다. 이들이 부각되기 전까지 현대정공 인맥으로 꼽히던 1세대들은 대부분 세대교체차원에서 최근 일선에서 한발 물러섰다. 현대정공 인맥의 좌장으로 꼽혔던 박정인 현대모비스 고문은 작년 9월 일신상의 이유로 고문으로 물러났고 현대차써비스 출신인 이상기 현대모비스 부회장도 작년 8월 사표를 냈다.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을 거쳐 현대산업개발, 현대하이스코, 현대INI스틸(현 현대제철) 회장으로 선임되며 정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유인균씨도 2004년 INI스틸 고문으로 물러났다. 한편 이처럼 오랫동안 현대정공 출신들이 그룹 요직에 포진하면서 현대차내에는 정공 출신과 비(非) 정공출신간의 갈등이 있었고 이번 비자금 사건도 여기서 출발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공출신에게 밀려난 비 정공출신 인사가 검찰에 각종 비리를 제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 반면, 승승장구하던 정공출신 인사가 정 회장의 '럭비공 인사'에 갑자기 좌천되면서 앙심을 품고 제보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승년 본부장은 이른바 'MK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작년 10월 구매총괄본부로 발령이 나기 전까지 15년간이나 정 회장의 비서로 일했다. 정 회장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심복중의 심복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삼성에 이학수가 있다면 현대차에는 김승년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승년 부사장의 영향력은 막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 출신으로 건국대를 졸업한 그는 현대정공에서 자재담당 과장이던 1990년 비서로 발탁된 뒤 정 회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왔다. 그도 이정대 부사장 못지않게 초고속 승진한 케이스다. 2001년 이사가 된 뒤 지 난달 부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대오토넷과 본텍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일장 전무(현대오토넷 전 사장)도 현대정공 출신의 재무통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넷을 인수한 두달 뒤인 작년 9월 현대오토넷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본텍 합병을 마무리한 직후인 지난달 초 남양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그룹 수뇌부로부터 모종의 지시를 받은 '구원투수'가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황유노 재무관리실장(상무)도 현대정공 출신이다. 이들이 부각되기 전까지 현대정공 인맥으로 꼽히던 1세대들은 대부분 세대교체차원에서 최근 일선에서 한발 물러섰다. 현대정공 인맥의 좌장으로 꼽혔던 박정인 현대모비스 고문은 작년 9월 일신상의 이유로 고문으로 물러났고 현대차써비스 출신인 이상기 현대모비스 부회장도 작년 8월 사표를 냈다.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을 거쳐 현대산업개발, 현대하이스코, 현대INI스틸(현 현대제철) 회장으로 선임되며 정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유인균씨도 2004년 INI스틸 고문으로 물러났다. 한편 이처럼 오랫동안 현대정공 출신들이 그룹 요직에 포진하면서 현대차내에는 정공 출신과 비(非) 정공출신간의 갈등이 있었고 이번 비자금 사건도 여기서 출발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공출신에게 밀려난 비 정공출신 인사가 검찰에 각종 비리를 제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 반면, 승승장구하던 정공출신 인사가 정 회장의 '럭비공 인사'에 갑자기 좌천되면서 앙심을 품고 제보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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