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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헐값매각’ 윗선소환 시작…‘몸통’ 드러나나

등록 2006-04-13 19:02수정 2006-04-14 07:33

감사원 “누구든 조사” 당시 금감위 부원장보등 소환
국장급이 결정 불가능한 사안…정권 실세 ‘입김’ 의심
외환은 매각과정 진실은?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을 주도한 몸통은 누구일까?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로 외환은행 매각과정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처음부터 매각을 계획하고 주도한 주체와 매각추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 등으로 일부 혐의점이 드러나고 있는 외환은행 경영진과 금감위·금감원·재경부 실무자들은 사실상 ‘깃털’에 불과하고, 실제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배후의 ‘몸통’을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 조사는 지금까지 대부분 실무자급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매각과정의 의혹을 밝혀내는 데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비아이에스비율 조작(오류)이 외환은행 실무자 또는 경영진 선에서 이뤄져 감독당국에 보고되고, 다시 금감원·금감위 실무자가 이를 그대로 채택해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어 론스타에 매각했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장화식 정책위원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금감위 승인, 한국은행과 수출은행의 지분매각 동의, 재경부 및 청와대의 동의 등 수많은 난관이 많았는데, 대단히 일사분란하게 처리됐다”면서 “이는 컨트롤 타워가 없인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희망포럼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투기자본의 금융지배 현황과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김영철 계명대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희망포럼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투기자본의 금융지배 현황과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김영철 계명대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03년 7월15일 열린 이른바 ‘10인 비밀회의’에는 재경부·금감위 국장, 외환은행 경영진과 함께 주형환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전용준 부장이 “론스타와 협상 당시 대주주자격 문제에 대해 걱정을 하니까 ‘당신들이 신경쓸 것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론스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위층과 직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각이 처음 공식화한 것은 7월22일 김진표 당시 부총리가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이후 변양호 재경부 국장은 금감위원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듯 “조사과정에서 전·현직 고위 관료의 이름이 나오면 누구든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김진표 당시 재경부 장관, 이정재 금감위원장과 론스타의 법률자문사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했던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등도 소환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훨씬 더 높은 고위층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도 나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외환은행이 당시 국내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은행 경영진이나 정부·감독당국 국장급 선에서 매각을 결정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

감사원은 지금까지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 이달용 부행장 등 매각을 내부에서 추진한 은행 경영진과 당시 재경부·금감위·금감원 간부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검찰도 전용준 당시 은행 전략본부장과 박순풍 엘리어트홀딩스 대표 등을 구속시키고 이들의 계좌추적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감사원은 이들로부터 매각의 결정적 근거가 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6.16%)의 적정성과 매각 과정에서 ‘윗사람’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여, 비아이에스비율 산정에 오류가 있었던 흔적을 발견했다. 감사원은 13일 강상백 당시 금감위 부원장보와 매각 자문사였던 모건스탠리의 신재하 전무(보고펀드 공동대표) 등을 불러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그렇지만 이는 시작일뿐, 외환은행 매각은 당시 금융계의 실세로 군림해왔던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과 그 인맥은 물론,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의향을 처음 비친 2002년 당시의 청와대 정권 실세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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